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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단독]한식진흥원 고위관계자 등 3명, 해외출장서 한끼 180만원 ‘호화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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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인 한식진흥원의 고위관계자가 직원 2명과 함께 떠난 해외출장에서 180여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식사를 한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 돈은 모두 정부로부터 받은 사업예산으로 지불됐다. 한식진흥원 내 부서장급 간부는 수습 임용과정에서 탈락한 직원으로부터 고가의 선물을 받는 등 진흥원 간부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식진흥원은 협력사 직원들에 대한 폭언과 갑질(<주간경향> 1273호 단독보도)로도 사회적인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한식진흥원의 비위가 잇달아 <주간경향> 보도와 취재로 폭로되자 상급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진흥원에 대한 긴급 기관감사에 착수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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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MOU사업 관련 예산 전면 삭감

한식진흥원 고위간부 A씨와 진흥원 직원 2명은 지난해 11월 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프랑스 파리로 출장을 떠났다. 한식을 알리고 프랑스 식품 관련 공공기관과 교류를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명목이었다. 출장에서 A씨 등 3명은 세계적인 레스토랑 평가잡지인 <미슐랭가이드>로부터 ‘미슐랭 2스타’를 받은 현지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이들은 고가의 와인을 포함해 2시간여 넘게 이른바 ‘풀코스 요리’를 즐겼다. 3명이 저녁식사 한 끼 비용으로 지불한 돈은 무려 180만원에 달한다.

식사비 180만원은 한식진흥원의 해외한식문화홍보사업비 중 기타 행사 진행비 명목으로 처리됐다. 진흥원 직원 3명이 사적으로 진행한 호화 식사비용을 국민들의 혈세로 낸 셈이다.

문제가 제기되자 A씨는 “업무 차원에서 한 식사”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A씨는 “한식당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미슐랭에 선정된 레스토랑은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가서 공식행사 차원에서 식사를 한 것뿐”이라며 “현지 셰프 얘기도 한 번 들어보고 식당을 운영하는 매니저로부터 운영 매뉴얼을 배우기 위해 잡은 일정”이라고 밝혔다. 식사비가 과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A씨는 “당초 현지 관계자 포함해 모두 7명이 식사를 하려고 계획했던 자리였는데 일정이 틀어져서 3명만 먹게 됐다”며 “정확한 식사비용을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간경향>이 A씨와 통화한 후 농림부를 통해 최종 확인한 식사금액은 180만원이었다. 그렇다면 A씨 주장대로 ‘업무 차원’에서 한 끼 식비로 180만원을 쓴 것은 문제가 안되는 걸까. 한식진흥원의 국외여비 지급 규정을 살펴보면 아무리 업무차원이라도 180만원이라는 식비는 터무니없는 규정 위반이다.

<주간경향>이 입수한 한식진흥원의 ‘직급별 국외여비 지급표’에 따르면 진흥원의 수장인 이사장에게 지급되는 1일 식비도 최대 186달러(약 19만원) 수준으로 명시돼 있다. 이어 직원 직급에 따라 식비는 1일 107달러(약 11만원)~133달러(약 14만원) 수준에서 책정돼 있다. 더구나 이사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한 끼에 쓸 수 있는 ‘공식 식비’는 3만~6만원 사이로 제한돼 있다. 이 기준을 보자면 A씨 등은 식사비를 규정보다 수십 배 어긴 셈이다.

호화식비 논란을 빚고 있는 문제의 출장은 ‘2017 해외 한식 현장 홍보사업’ 가운데 하나인 ‘한식진흥원-프랑스 공공기관 간 식문화 교류협력 기반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사흘간 진행된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모두 2억4700만원으로 한식진흥원은 이 기간 동안 프랑스 미식혁신재단과 업무협약 및 하위 세부 사업계약을 맺었다.

식비 논란도 문제지만 출장이 업무상 꼭 필요했는지도 의문이다. 진흥원이 당시 맺은 업무협약은 이후 법적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올해부터는 관련 예산이 모두 삭감됐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공공기관에 지원된 예산은 국민 세금으로 이뤄진 만큼 공익적 목적과 가치에 목적을 두고 사업비 지출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문제가 된 사업이나 행위들은 철저한 평가를 통해 같은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습사원에게 고가의 선물받은 부서장

한식진흥원 간부들의 도덕적 해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2014년 8월 파견직으로 한식진흥원에서 업무를 시작한 B씨는 2015년 3월까지 8개월 동안 근무하고 2015년 6월 다시 파견직으로 입사해 1년 2개월 동안 일했다. 이후 2016년 7월 계약직으로 한식진흥원에 재입사한 B씨는 2017년 5월까지 계약직으로 근무하다가 진흥원에서 낸 해당 직군의 정규직 채용 공고를 보고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최종합격에 기뻐한 B씨는 3개월간의 수습사원 업무를 시작하면서 성의표시 차원에서 담당 부서장에게 10여만원대의 선물을 건넸다. 문제는 수습기간이 끝난 후 발생했다. 한식진흥원은 수습기간이 끝나자 B씨의 최종 정규직 사원 채용을 거부했다. 수습 평가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였는지도 B씨는 듣지 못했다.

B씨는 “수습 기간 동안 큰 잘못을 저지르거나 한 사실이 없어 퇴사 과정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없었다”며 “담당 부서장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게 진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B씨가 지목한 부서장은 B씨가 입사 초기에 10여만원대의 선물을 준 부서장과 동일 인물이다. B씨는 “고용노동청에 도움을 청해볼까도 생각했다”며 “싸워서 이겨 들어간다 하더라도 거기서 버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포기했다”고 밝혔다.

B씨가 퇴사하고 나서 한식진흥원 내부에서는 ‘묘한 소문’이 돌았다. B씨가 채용시험에 합격한 뒤에 부서장에게 감사선물을 하지 않아 찍혀서 해고당했다는 소문이었다. 정작 B씨는 부서장에게 선물을 하긴 했지만 선물 시점이 너무 늦은 게 문제였다는 후문도 돌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식진흥원 관계자는 “실제 B씨가 부서장에게 선물을 할 당시 해당 부서장이 선물을 받으면서 ‘선물 타이밍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고 비아냥거렸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한식진흥원은 B씨가 임용되지 못한 게 정당한 수습평가를 거쳐 나온 결과라고 해명했다. 한식진흥원 관계자는 “수습기간에 업무 역량과 직원의 인성 평가를 종합해서 내린 결론”이라며 “계약직은 업무강도가 낮은 일을 하는 반면 정규직이 되면 사업을 맡게 되기 때문에 평가기준도 다르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의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법원에서는 사측이 수습사원의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면 해고에 준하는 것으로 본다”며 “객관적이고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만 가능하고 수습평가 역시 기준에 따라 이뤄진 것인지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더군다나 ㄱ씨는 한식진흥원 근무경력이 있기 때문에 이미 평가과정을 밟았다”며 “일반 신입사원보다 더 적극적으로 정직원으로의 신분 전환을 보장해줘야 할 근거가 있다”고 덧붙였다.

파견직과 계약직 노동자가 많은 한식진흥원은 최근에도 채용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식진흥원의 경우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지침에 따라 내부 15명의 계약직 직원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 심사를 앞두고 있다. 정규직 전환을 원활히 하기 위해 진흥원 내부적으로 ‘정규직·비정규직 협의회’도 만들었다.

협의회는 외부 인력을 새로 들이는 공개채용 방식을 하지 않고 기존 직원을 상대로 역량평가를 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문제는 벌써부터 계약직 직원들 사이에서는 공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계약직 직원들 사이에서는 한식진흥원이 이번 정규직 전환 심사과정을 ‘찍힌 계약직 직원’을 해고하는 기회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식직흥원 관계자는 “절차에 따른 정식 평가를 하기 전에 몇몇 간부들의 입맛대로 사람을 평가해 추리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계약직 직원들은 불안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식진흥원 내부문제가 잇달아 불거지자 농림부는 기관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출장 내용과 논란이 되는 여러 사안에 대해 파악하는 중”이라며 “특별감사를 통해 문제점이 발견되면 관계자 문책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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