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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소공녀, 빨강머리 앤, 모모... 동화 속 주인공에게 배우는 인생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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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소공녀 세라, 어른의 안부를 묻다
박내선 지음 | 행복한 시간 | 320쪽 | 1만4500원

저널리스트 출신 박내선씨가 새 책을 냈다. 책 전체 목차를 훓어보니 명작 동화 독서기 성격을 띠는 듯하다. ‘빨강머리 앤' ‘어린 왕자' ‘로빈슨 크루소' ‘키다리 아저씨' ‘허클베리 핀' 등 어린 시절 엎드려 읽었던 명작 동화 40편을 소재로 쓴 글이 담겨 있다. 책 전체 중에서 ‘나를 지키는 법, 우아함에 대하여’편을 골라서 분해매핑으로 읽었다.

저자는 주변에서 소공녀병에 걸린 사람을 꽤 경험했다. 세속적으로 한창 잘 나가다가 상황이 바뀌면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다른 사람을 탓하며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소공녀병’이라고 개념화했다. 소설 소공녀 주인공인 세라는 인도에서 광산업을 하는 부자 아버지 덕분에 런던 기숙사 학교에서 소공녀와 같은 생활을 누린다. 하지만 세라는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상황이 돌변해 무일푼 고아신세로 전락한다.

그러자 민친 교장 등 자신을 떠 받들던 사람들이 세라를 하녀로 부리면서 그녀를 구박하기 시작한다. 세라는 이런 상황에서 냉정하게 현실을 파악하고, 자신의 길을 걷는다. 돌변한 민친교장에게 대들지도 않고, 침대 위에서 눈물로 밤을 새지도 않는다. 처지는 비참하지만 얼굴에 그런 빛을 드러내지 않고 당당하게 행동한다.

조선일보

인생에서 배워야할 많은 것은 열 살 전에 읽은 동화에 담겨 있는 지도 모른다. 박내선의 ‘소공녀 세라, 어른의 안부를 묻다'에 나온 40편의 동화 준 ‘소공녀-나를 지키는 법, 우아함에 대하여'를 분해 매핑해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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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는 자신이 바스티유감옥에 갇힌 공주라고 상상하면서 비참한 현실을 견딘다. 저자는 세라의 상상과 빨강 머리앤의 주인공 앤의 상상을 비교해 전자는 ‘생존을 위한 상상’, 후자는 ‘놀이를 위한 상상’이라고 해석했다.

세라는 아버지 친구의 등장으로 상황이 역전된 뒤에도 여전히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한다. 그녀의 당당함은 어떤 상황에도 한결같은 일관성을 지니고 있다.

저자는 조나 레러(Jonah Lehrer)의 책(사랑을 지키는 법)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경험을 소개했다. 레러의 책을 번역하기 위해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등 20여권을 읽었고, 그런 독서 경험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던 모양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위로받을 수 있는 책을 찾았던 것이다. 그때 저자는 학문적 접근법을 담은 책보다 ‘소공녀'를 건네고 싶었는데, 정작 행동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잘 나가다가 갑자기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에게 ‘소공녀'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어한다. 인간은 누구나 어려운 상황을 여러번 맞이한다. 위기때 진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남을 탓하고 얼굴에 비굴함을 담지 말고, 위기를 세라처럼 담담하게 받아들이길 권한다.

또 반대로 나를 지나치게 추켜세우는 아부에 우쭐할 필요도 없다. 언제가 그런 사람들이 민친교장처럼 돌변할 때 담담하게 받아들일 준비를 평소에 해두는 게 좋다.

저자는 서문에서 동화책을 소재로 삼은 책 집필에 대해 이렇게 썼다. “어린 시절 누군가 나에게 명작동화에 담긴 뜻을 설명해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니 방황하던 시절 명작 동화를 꺼내 읽었다면 좋았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인생의 파도를 한 차례 겪고 난 나이에 읽었기에 명작 동화가 주는 메시지가 쉽게 와 닿았을지 모른다.”

저자의 집필 동기에 목표에 깊이 공감한다. 필자는 40대 후반에 얻은 늦둥이 덕분에 동화책을 세번째 만났다. 50대에 ‘알프스 소녀 하이디' ‘플란더스의 개' 등 이른바 명작 동화를 세번째 접하면서 동화에 담긴 깊은 의미를 비로소 알아봤다.

또 세번째 독서 경험 덕분에 덤으로 버킷 리스트를 얻었다. ‘80일간 세계 일주’를 읽고 주인공의 세계 일주 코스를 나도 밟고 싶다고 생각하고, ‘빨강 머리 앤’을 읽고 언제가 늦둥이와 함께 소설의 무대인 캐다나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 가는 꿈을 꾼다.

[우병현 디지털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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