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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섬학교 덕적고, 야구 명문 경남고 무너뜨릴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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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

대회 첫 출전...통산 9회 우승 경남고와

팽팽한 승부 끝에 3대4로 분패

“8회에도, 9회에도 우리 팀이 점수를 뽑을 기회가 있었는데 못 살렸네요. 그래도 최선을 다해 준 선수들이 기특합니다.”

5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9회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대회(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주최) 1회전에서 전통의 명문 경남고를 맞아 선전을 펼치다 아쉽게 패한 덕적고 장광호 감독의 얼굴엔 아쉬운 기색이 여전했다. 덕적고는 이날 경남고를 상대로 4회까지 3-0으로 앞서는 등 선전을 하다 마운드가 버텨내지 못해 결국 8회 결승점을 내주면서 3대4로 역전패했다.

덕적고는 경기도 옹진군 덕적도의 유일한 고등학교. 인천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 반 거리. 하루 두 차례 인천항을 오가는 배가 육지와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다. 젊은 선수와 학생들이 일찌감치 뭍으로 떠나면서 학령인구가 점점 줄어들었고, 초·중·고가 통합 운영되는 학교도 한때 폐교까지 고민했다. 김학용 전 동국대 감독의 제안과 주민들의 노력으로 2021년 창단된 야구부가 학교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야구부가 생기면서 학생 수가 늘어났고, 함께 이사온 학부모들로 주민 수도 늘어났다.

조선일보

2021년 덕적고 야구부가 창단식을 열었을 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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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적고는 창단 후 첫 대회인 2021년 11월 인천시장기 대회에서 제물포고와 7회까지 대등한 경기를 펼치다 8대15로 석패했다. 기량을 갈고 닦아 출전한 2022년엔 황금사자기 16강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사정이 그리 밝지 않다. 창단 당시 30명을 웃돌았던 선수가 이젠 스무 명 남짓이다. 게다가1학년은 한 명도 없다. 올해 신입생이 3명이었으나 한 명은 운동을 포기했고, 나머지 두 명은 전학을 갔다. 섬 학교라는 특수성과 전용 훈련장이 아직도 없는 열악한 환경 때문에 선수들이 덕적도에 오기를 꺼린다. 선수가 부족해도 마음대로 선수를 수혈할 수 없다. 전학생은 6개월간 출전을 금지한다는 규정 때문에 다른 학교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선수들의 선택지도 되지 못한다. 정병제 야구부장은 “덕적고의 특수한 환경을 고려해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학교처럼 전학생 출전금지 규정에서 예외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램을 전했다.

덕적고 야구부는 올해 전후기 주말리그에서 12전 전패를 당했고, 고교야구선수권에서도 1회전에 탈락했다. 하지만 장광호 감독은 섬에서 야구 꿈을 키워가고 있는 선수들처럼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봉황기대회가 끝나고 선수확보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제 막 전용야구장과 기숙사가 시작되는 단계이고, 후원회를 통한 장학금제도도 준비 중입니다. 그러면 전국에서 야구 꿈을 키우기 위한 선수들이 우리 학교를 찾을 겁니다. 지금보다는 앞으로 더 강한 덕적고 야구부가 될 겁니다. 지켜봐주세요.”

[목동=강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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