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우리는 모두 `트럼프 쇼`의 단역배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지금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트럼프 브랜드 세계 안에 갇혀 있다. 우리는 그가 수익을 올리려고 만든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의 단역 배우 신세가 되었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점점 팽창하여 세계 최강의 정부를 삼켜버렸다."

우리는 지금 '맘몬(Mammon·탐욕의 신)'의 현현을 눈앞에서 목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희대의 맘몬을. 파국의 일방통행로를 향해 매일같이 줄달음질하는 자본주의 대재앙의 화신을.

'노(NO)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세계 문명의 대위기로 거론되는 트럼프의 부상을 브랜드 관점에서 통찰한다. 글로벌 베스트셀러 '노 로고' '쇼크 독트린'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를 쓴 나오미 클라인의 신간으로, 지난해 퍼블리셔스 위클리 올해의 책 등에 선정됐다.

저자는 트럼프 부상이 돌출 현상이 아니라고 본다. 이미 40~50년 전 대처리즘, 레이거노믹스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가 부상한 이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것. "어떤 인물이 그가 운영하는 사업 브랜드와 완전히 혼연일체를 이뤄 어디까지가 인물이고 어디까지가 브랜드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 트럼프는 그야말로 최고 경지에 올라 있다."

트럼프를 브랜드로 분석하기 위해 저자는 첫 책 '노 로고'의 핵심을 재론한다. 기업 마케팅과 브랜드 강화의 세계야말로 트럼프라는 자물쇠를 여는 키여서다. 나이키와 애플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물질 상품을 만드는 회사로 보지 않았다. 무형의 브랜드 제조사로 간주한 것이다. 트럼프가 그랬다. 아니, 그는 더 나아갔다. 스스로를 아예 슈퍼 브랜드화했다. 과거 주된 업무이던 건축업과 부동산 경영을 넘어 전 세계 부동산 개발업자들에 제 이름(브랜드)을 널리 팔았다.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어프렌티스' 등에 출연하며 "다수의 브랜드를 망라하는 하나의 브랜드"를 구축했다. 이는 전례가 없던 현상이다.

"이런 위업을 이뤘으니 그다음엔 어떤 판을 벌일까? 바로 자신의 브랜드를 권력과 권위의 궁극적인 상징과 결합시키는 것이다. 그게 뭘까? 당연히 백악관이다." 트럼프가 당선된 후 백악관 풍경은 실로 '기업 쿠데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의 내각은 지금 백만장자와 억만장자 기업인들이 온통 잠식해 있다. 이들은 노골적으로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온 세상의 파국화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탈출구는 없을까. 다행히 저자는 희미한 미광으로나마 희망의 빛을 본다. "트럼프는 불타오르는 생명 (금전 추구욕) 때문에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쉽게 무너질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방법은 '문화 비틀기'. 시민운동체를 활용한 지속적인 '폭로전'이다. '노'에 그치지 않고, 거창한 외양 뒤에 감춰진 추한 현실을 폭로하는 것. 그럼으로써 트럼프 브랜드의 허상을 깨뜨리고 그를 꼭두각시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그곳에 도달하기 전까지, 우리는 더 많은 트럼프쇼에 끌려다녀야 할 것"이므로.

[김시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