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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국립민속박물관, 선사~현대까지…우리 생활사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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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은 살아있다 ④ ◆

매일경제

지난 18일 오전 서울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산청 전주 최씨 고령댁 상여(1856)를 살펴보고 있다. 상여는 상례 때 시신을 묘지까지 운반하는 기구다. [사진 제공 =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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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봄 햇살 손에 잡힐 듯 아른거리는 18일 오전. 서울 경복궁역 5번 출구로 나와 카카오맵에다 국립민속박물관을 치니 이런 문구가 뜬다. '최단거리 14분, 947m, 42㎉.' 바로 그 순간, 전두엽 한가운데서 부딪치는 두 가지 생각. '택시를 탈까' '오래간만에 좀 걸을까.' 에라, 모르겠다. 화사한 봄이므로 걷기로 한다.

국립고궁박물관을 지나 우측으로 쭉 가니 홍례문 광장 앞이 그야말로 인산인해. 인종, 나이, 국적을 불문한 지구촌 관광객들이다. 그 틈을 비집고 싱그러운 봄 내음 한껏 들이켜며 홀로 걷는데, 저 멀리 오색찬란한 무리가 번갈아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무지갯빛 한복 차려입은 동남아 청춘 남녀들. 인근 한복 대여점에서 1만원가량 내고 빌리면 무료 입장이 가능하단다.

근정전을 지나고, 교태전과 경회루까지 지나 1시 방향으로 찬찬히 걸으니, 마침내 연분홍 봄꽃들 사이사이 수줍게 서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이 보인다.

입구에서 만난 위철 학예연구사는 "지금이 관광객들이 가장 많은 시기"라며 반겼다. "연간 인원으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1위지만 외국인은 저희 박물관이 최고죠. 연간 200만명 정도(2위) 오는데, 그중 절반이거든요(웃음)."

백성 '민'에 풍속 '속', 그리하여 민속(民俗). 이 말인즉슨, 우리 삶의 내용과 방식을 아우르는 생활양식이란 뜻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생활사 박물관'으로도 불리는 이유다. 그렇게, 위 학예사를 따라 걸어들어간 전시실 내부는 단층으로, 주변 곳곳이 아기자기했다.

전시품 대부분은 다종다기한 우리 조상 생활용품들 위주. 어림잡아 50~60년은 돼 보이는 낡은 간장병, 1970년대 판매된 국민학교 5~6학년용 국어·산수 공책, 직육면체에 개폐식 문이 달린 예스러운 궤종시계, 군 부대에서 쓰는 국통을 쏙 빼닮은 양철 국통, 금속과 나무로 제작된, 냉장고라고는 도무지 믿기 힘든 1세대 냉장고, 몽둥이인지 프라이팬인지 분간이 안 가는 다리미, 작고 앙증맞은 각종 단지들과 사극에서나 보던 기다란 담뱃대…. 일별하자면 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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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학예사는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오시면 반응이 두 가지로 갈린다"고 귀띔했다. "'내가 소싯적 맨날 쓰던 것들을 이리 귀하게 전시해놓냐'시며 껄껄 웃는 분들이 더러 계세요. 그러면서도 간혹 옛 시절 그리움과 향수에 젖어 말없이 오래 바라보시는 분들도 있으시고요."

그렇게 다음 전시실로 옮겨갔다. 험상궂은 인상의 두 장승이 떡 하니 길목에 버티고 서 있는데, 마치 고즈넉한 옛 마을로 들어선 기분이다. 사계절 변화에 저마다의 삶을 맞춰온 조선인 생활상을 전시한 곳이다.

위 학예사를 따라 중심부 깊숙이 들어서니 은은한 색감의 옛 한복과 이름 모를 각양각색 장신구들로 눈부시다. "시장에 온 것 같죠? 아무래도 여성 용품이 많으니 예쁘고 귀여운 느낌일 거예요(웃음)."

국립민속박물관은 놀듯이 편히 들르기 참 좋았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지'로 꼽힌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일단 전시품 자체가 대체로 소박하고 친근해 심신이 즐겁다. 온 가족 나들이(아이들이 칭얼대면 이곳 어린이 박물관에 데려가면 된다)에도,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를 즐기기에도, 고독한 방랑자의 산책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특히나 형형색색 봄꽃들이 만개한 지금이라면.

그리하여 막바지 언급하고 싶은 것 하나. 박물관 야외 '추억의 거리'도 반드시 걸어볼 것. 1960~1970년대 다방과 식당, 만화방과 이발소, 레코드점, 의상실 등 근현대 거리 모습이 오롯이 재현돼 있다. 옛 교복 체험도 해볼 수 있어 추억의 사진 한 장 남기기에도 제격이다. 이른바 '응답하라 1970'랄까.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영혼의 쉼터 같은 곳입니다. 남녀노소 그저 재미있게 놀다 가세요. 학습 부담 갖지 마시고요(웃음)."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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