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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김영란법 주역’ 김기식, 시민단체 제외 관철시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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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으로부터 외유 출장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국회 심의 과정에서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에 시민단체의 활동이 사실상 제외돼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원장은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출신이다. 김 원장은 참여연대 창립 발기인으로 18년간 참여연대에서 사무처장, 정책위원장 등을 맡아 활동한 뒤 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실제 정무위는 법안을 심사하면서 시민단체와 국회의원의 제재 예외 활동을 폭넓게 인정되도록 원안을 수정했는데, 국민권익위원회의 입법예고안에 적용대상으로 포함돼 있던 시민단체 활동은 국회를 거치면서 사실상 제외됐다.

김영란법은 지난 2015년 3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47명 중 찬성 226명, 반대 4명, 기권 17명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됐다. 그러나 법 통과 직후부터 여러 논란이 일었다. 그 중 하나가 적용 대상에 시민단체가 빠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었다. 원안엔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언론기관·사립학교 종사자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대상 범위에 포함됐지만, 시민단체의 활동은 예외조항을 통해 포함되지 않았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 직군 선정에 일정한 기준이 없고 뇌물 청탁 수수 여부만을 본다면 사회적 영향력이 큰 시민단체도 그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법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통과된 김영란법 제5조 2항3은 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기준의 제정·개정·폐지 또는 정책·사업·제도 및 그 운영 등의 개선에 관하여 제안·건의하는 행위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 당초 정부 제출안에는 공익 목적으로 공직자에게 법령 등의 제정·개정·폐지 등을 요구하는 행위만 예외로 했는데, 국회 정무위에서 ‘공익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를 추가해 시민단체의 활동을 사실상 제재할 수 없게 한 것이다.

당시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야당 정무위 간사였던 김 원장은 김영란법 심의를 위한 정무위 소위에서 여러 차례 사립학교를 법 적용 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정비리는 국공립학교보다는 사학 쪽이 훨씬 더 많은데 국공립학교는 포함하면서 사립학교를 포함하지 않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하면, 이 법의 적용 대상에 ‘사립학교법에 따른학교’라고 적시를 해야 한다”, “저희는 취지로 보면 사립학교까지 확대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등이다.

그런데 김 원장은 시민단체에 대해서는 다른 뉘앙스로 발언했다. 김 원장은 대형마트와 골목상권 문제를 예를 들면서 “우리 국민들도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자영업자들의 얘기를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런데 그것을 시민단체가 와서 얘기를 하면 부정청탁인가 아닌가”라고 이성보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에게 질문했다. 이 위원장이 “행위 자체에 그것을 부정청탁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또 다른 판단이 필요하다”고 답하자, 김 원장은 “검사가 기소해놓고 판사가 알아서 봐 갖고 선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결정하라는 거냐”고 했다. 김 원장은 이밖에도 저축은행 사태의 피해자가 시민단체에 민원을 하는 경우 등을 예를 들어 부정청탁 개념의 문제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정무위 관계자는 “당시에 김영란법을 논의할 때 다른 의원들은 국회의원의 민원 전달 행위가 어떻게 되느냐에 관심이 많았는데, 김 원장만 거의 유일하게 시민단체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며 “참여연대 출신인 김 원장이 시민단체 대표로 나서서 시민단체의 역성을 들고 있다는 뒷 말들이 많았다”고 했다. 당시 정무위원이었던 한 관계자는 “김 의원이 시민단체 옹호 발언을 했던 것은 맞다”면서도 “그렇게 큰 쟁점은 아니었다”고 했다.

하지만 법 통과 직후에는 비판이 거셌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이진복 의원은 당시 당 의원총회에서 “우리 당이 주장했던 시민단체 (적용대상) 포함 조항이 관철되지 않아 아쉽다. 사실 가장 큰 이권단체가 시민단체 아닌가"라고 했고, 같은 당 이우현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시민단체와 변호사를 적용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시민단체는 정부나 기업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일도 많다”고 했다.

김 원장과 같은 당 소속인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이상민 의원(당시 법제사법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시민단체는 물론 금융기관과 방위산업체, 변호사회와 의사회 등을 포함시키지 않고 언론과 학교만 포함된 것은 매우 편의적이고 자의적”, “적용대상에 없는 변호사회나 의사회, 방위산업체와 금융기관, 시민단체 등 공익적 역할을 하는 다른 민간 부분은 왜 빠져 있는지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다.

당시 김 원장은 이에 대해 언론 인터뷰에서 “시민단체를 적용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은 법안소위 초기 단계부터 검토된 적이 일절 없다. 시민단체까지 제재한다면 지나치게 범위가 넓어진다”고 했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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