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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남은 후원금 5000만원, 의원 임기만료 10일前 '셀프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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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2015년 5월 KIEP가 돈 대준 유럽 외유 때 로마 등 관광

親與 라디오 프로 나와 "피감기관 돈으로 외유는 관행이었다"

경실련 "금감원장은 엄격한 도덕성 필요… 金 거취 결정하라"

조선일보

'삼성증권 사태' 증권사 대표 간담회 참석 -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한 증권사 대표이사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고운호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추가 의혹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김 원장이 2015년 우리은행 초청 중국 출장뿐만 아니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담으로 떠난 미국·유럽 출장 때도 관광을 다닌 것으로 10일 드러났다. 국회의원 시절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에 대한 금감원 조사를 요구했는데, 그 5개월 전에 조 회장과 갈등 관계에 있던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측으로부터 고액의 후원금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김 원장은 또 19대 국회 임기(2016년 5월 29일)를 10일 앞두고 본인의 남은 정치후원금 5000만원을 민주당 국회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에 후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돈은 더좋은미래의 싱크탱크이자 김 원장이 소장으로 있던 더미래연구소에 들어갔다. 야당에선 "결국 본인이 소장을 맡고 있는 단체에 '셀프 기부'한 것"이라고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임기 종료시 남는 후원금은 공익법인에 기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국고에 반납해야 한다. 이와 관련, 경실련은 이날 "금감원장은 도덕성과 독립성이 엄격히 요구되는 직책"이라며 "김 원장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했다.

◇라디오 나와 "피감 기관 부담은 관행"

김 원장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지난 8일과 9일 이틀에 걸쳐 보도 자료만 내다가 처음으로 본인이 나섰다. 해당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어준씨는 대표적 친여(親與) 인사로 꼽힌다.

김 원장은 피감 기관 부담으로 해외 출장을 간 것은 "19대 국회 때까지는 관행"이라고 했다. 하지만 문제의 세 차례 외유에 참여한 국회의원은 김 의원이 유일했다. 우리은행과 KIEP는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간사 의원에게도 외유를 제안했지만 해당 의원은 가지 않았다.

김 원장이 우리은행과 KIEP 초청 외유를 떠난 2015년 5월은 '김영란법(부정청탁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두 달 뒤였다. 이에 대해 야당 관계자는 "자신이 주도한 김영란법 통과 두 달 만에 피감 기관 돈으로 외유를 떠난 건 자기 부정"이라고 했다.

김 원장은 KIEP가 부담한 미국·유럽 출장에 대해 재차 "출장 뒤 (KIEP 측이) 원했던 유럽 사무소 예산 전액을 삭감하는 등 오히려 더 엄격하게 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김 원장은 미국·유럽 출장을 다녀온 지 5개월 뒤 국회 정무위 예산결산소위에서 "유럽 사무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발언한 부분은 해명하지 않았다.

진행자인 김어준씨는 "(동행한 비서가) 여성 인턴이라고 강조하는데, 야비하다. 상상을 불러일으키려고…"라면서 의혹을 제기한 야당과 언론을 문제 삼는 모습을 보였다.

◇까도 까도 새로 나오는 의혹들

김 원장이 라디오에 출연한 이후에도 새로운 사실과 의혹들이 불거졌다. 우선 '공무 출장'이라는 해명과 달리 김 원장이 2015년 5월 미국·유럽 출장 때도 관광을 다닌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김 원장은 일행과 함께 벨기에 브뤼셀의 워털루 전쟁터 기념관,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등을 관람했다. 스위스 제네바에선 인근 프랑스 샤모니 몽블랑을 찾아 케이블카를 탔다. 관광 비용은 전액 KIEP가 부담했다.

또한 2015년 4월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의 아내로부터 후원금 500만원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그로부터 5개월 뒤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 원장은 효성그룹 '형제의 난' 당사자로 조 전 부사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던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금감원에 요구했다.

또한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김 원장이 2016년 5월 20일부터 27일까지 정치 후원금으로 비서와 함께 독일·네덜란드·스웨덴 외유를 다녀온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임기 종료(2016년 5월 29일) 3일을 남겨놓고 외유 비용으로 사용한 '땡처리 외유'"라고 했다. 김 원장은 "연구차 출장을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이미) 민정수석실에서 검증했고 선관위의 사전 승인을 받고 간 것"이라며 "(김 원장) 해임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최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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