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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38년 만의 대통령 개헌안 발의권 행사…국민투표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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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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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대통령 4년 1차 연임제와 수도조항 명시, 지방분권 지향 등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국회에 발의합니다.

대통령이 개헌안 발의권을 행사하는 것은 제5공화국 개헌에 이어 38년 만입니다.

대선후보 때부터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한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을 놓고 여야 간 의견 차이가 심해 국회 문턱을 넘을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문 대통령은 개헌안의 국회 의결을 위해 국회연설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보입니다.

◇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역대 세 번째…1980년 '간선제 개헌' 후 38년만 문 대통령이 이날 개헌안을 발의하면 역대 세 번째로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 사례가 됩니다.

최초로 개헌안 발의권을 행사한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1972년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대통령 직선제 폐지, 대통령 연임 제한 철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유신헌법'을 발의해 통과시켰습니다.

당시 헌법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또는 국회의원 선거권자 50만 명 이상의 발의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었으나 이는 무시됐습니다.

비상국무회의에서 개헌안을 발의·공고했고 바로 국민투표에 넘겨버렸습니다 .

두 번째로 개헌안을 발의한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입니다.

전 전 대통령은 1980년 9월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된 후 헌법개정을 진행, 10월에 공포합니다.

전문에서 '4·19 혁명 이념 계승'을 삭제하고 권력구조는 대통령 간선제·7년 단임제로 했습니다.

◇ 야권 반발 속 지방선거 때 개헌안 국민투표 실시될지는 미지수 문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아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실제로 개헌 국민투표까지 이뤄질 확률은 매우 낮다는 게 중론입니다.

개헌안이 국회로 송부되면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돼야 한다는 헌법개정 절차에 따라 국회는 오는 5월 24일까지 이를 의결해야 합니다.

그러나 여야가 개헌 내용과 시기 등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개헌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여당은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함으로써 국회에 본격적으로 개헌을 논의할 장이 열린 것이라며 야권에 개헌 논의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개헌안에 국무총리 추천 또는 선출권한을 국회에 둔다는 내용 등이 담겨야 한다고 맞서면서 개헌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입니다.

야권은 국회가 아닌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리를 앞세워 청와대와 여당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여소야대 지형에서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국민투표는 난망입니다.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실시에 반대하는 한국당(116석)이 단독으로 개헌 저지선(국회의원 3분의 1·현재 293석 기준 98석)을 이미 확보한 것은 국민투표가 치러지기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요인입니다.

국민투표법 개정 역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국내 거소신고가 돼 있는 재외국민'만 투표인명부에 올리게 하는 국민투표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해당 조항을 개정하라고 했지만 국회는 이를 해결하지 않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재외국민 투표권 등록 등 행정적 절차에 들어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다음 달 27일까지 국민투표법이 개정돼야 개헌 작업을 완료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헌재는 2015년 12월 31일을 개선 입법의 시한으로 명시했는데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해당 조항은 2016년 1월 1일부로 위헌인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행 국민투표법을 적용하면 투표인명부 작성이 불가능하고 개헌 국민투표도 치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개헌 논의를 두고 대립하는 여야가 국민투표법 개정마저 합의하지 못한다면 개헌 국민투표를 아예 시도하지도 못할 상황인 것입니다.

◇ 靑, 전방위 야당 설득전 나설 듯 국회에서 통과될 확률이 현저하게 낮게 점쳐지는 탓에 부결 부담을 안은 문 대통령이 굳이 개헌안을 발의했어야 하느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청와대 역시 여야 간 견해차가 큰 만큼 국회 의결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국회에서의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청와대는 마냥 손 놓고 여야 간 합의를 기다리는 것을 '직무유기'라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려면 개헌안 발의가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설사 지방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지 못하더라도 청와대는 개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명분은 찾을 수 있다는 점은 대통령이 개헌안 발의권을 행사하게 한 정무적 배경으로 풀이됩니다.

이런 해석과는 별개로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막판까지 국회를 설득하는 데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방침입니다.

국회 의결 가능성이 작다고 해서 야권 설득 작업을 포기하는 것도 '직무유기'이기 때문입니다.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은 지난 23일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헌법 81조가 규정하는 대통령의 국회연설 권한을 활용해 국회에 직접 (개헌안) 제안설명을 드리는 기회를 갖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하는 방안과 함께 정세균 국회의장인 헌정특위 위원들과의 대화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와대는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에서 의결되지 않더라도 이런 과정이 여야 간 개헌 논의의 촉매제로 작용하고 끝내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도출한다면 이를 최우선으로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권태훈 기자 rhors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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