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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사설] 막 오른 미·중 무역전쟁서 새우 등 터지는 일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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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발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 600억달러(약 65조원)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 1300개 품목에 25의 고율관세를 물리고 중국의 대미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곧바로 30억달러(약 3조24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매기는 맞불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국산 돼지고기에 25, 철강 파이프·과일·와인에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두 나라가 서로 한 대씩 때리고 싸움을 끝내면 다행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고율관세는 상대의 반응을 살피는 원거리 포격에 불과하다. 양쪽이 “끝까지 간다”는 결기까지 드러내며 대대적인 추가 공세를 준비하고 있어 조만간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 뒤 “많은 조치 중에서 첫 번째”라며 추가 보복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은 ‘끝까지 싸우겠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미·중이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자마다 세계 경제가 출렁거리고 있다. 미 뉴욕 증시가 어제 2% 이상 내려앉았고 이어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폭락했다. G2 간 치킨게임이 본격화되면 세계 경제질서는 대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주목되는 것은 미·중 대치 전선이 확대될수록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관세를 무기로 “누가 미국을 공정하게 대하는지 두고 볼 것”이라며 반중 전선에 가담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실제 미국은 유럽연합(EU)에 철강·알루미늄 수입관세 부과를 유예하면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도 반미 공조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칫 어느 한편에 섰다가는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지는 새우 꼴이 될 수 있다. 우리의 중국 수출 비중은 24.8%, 미국은 12.0%다. 중국도 미국도 포기할 수 없는 처지다.

한국은 이번에 철강과 알루미늄에서 ‘관세 폭탄’을 일단 피하게 됐다. 4월 말까지 잠정 유예된 것인 만큼 철강 협상과 연계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결과에 따라 ‘일시 면제’에 그칠지, ‘영구 면제’를 받을지 판가름이 난다. 미국이 철강 관세 면제를 지렛대 삼아 FTA에서 자동차 비관세 장벽 완화 등을 요구할 공산이 큰 만큼 세심한 대응이 요구된다.

문재인정부는 “안보와 경제는 별개”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한가한 인식으로는 곤란하다. 미·중 간에 신냉전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양국은 앞으로 안보와 통상 곳곳에서 충돌할 것이다. 정부는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대책을 마련해 무역전쟁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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