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2일 오후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검찰 수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새벽 동부구치소에 구속수감됐다. 2008년 2월25일 대통령에 취임했던 그는 10년만에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다스 관련 350억원대 횡령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됐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되던 날 논현동 집앞에 모인 친이(친 이명박)계 인사는 20명 남짓이었다. 권성동·장제원·김영우 한국당 의원을 비롯해 김황식 전 국무총리,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백용호 전 정책실장, 이동관 전 홍보수석, 김효재 전 정무수석, 유인촌 전 장관, 이재오 전 의원 등이다.
친이계는 마지막까지 현실을 부정했다.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밤 10시30분쯤 사저 앞에 나와 기자들에게 "이번 수사는 명백한 정치 보복, 정치 활극"이라며 "오늘은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검찰이 또 하나의 적폐를 만든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친이계'는 많지 않다. 국회의원 중에서도 19대 국회까지 명맥을 유지하던 친이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권을 잡고 친박(친박근혜)계가 당권을 잡은 후 사실상 퇴조했다.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여부 서류 심사가 진행중인 22일 저녁 이재오 전 의원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자택으로 승합차를 타고 들어가고 있다. 2018.3.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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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계 좌장'이라 일컬어지던 이재오 전 의원은 당시 공천에서 배제돼 새누리당 탈당 뒤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강병원 의원에게 패배했다. 6선 도전이 물거품이 된 후 그는 늘푸른한국당을 창당해 원외에서 활동하다 최근 한국당에 복당했다.
20대 총선 당시 '친이계 공천 학살'의 대상은 이 전 의원뿐만이 아니었다. 공천을 받지 못해 탈당한 친이계는 수도권 무소속연대 ‘바른 정치를 추구하는 사람들’ 을 결성해 출마했지만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이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임태희(성남 분당을)를 비롯해 강승규(서울 마포갑)·조진형(인천 부평구갑) 등이 주인공이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텃밭'인 대구수성갑에 출마해 김부겸 현 안행부 장관과 겨뤘지만 졌다.
당권에서 멀어진 친이계는 숨을 죽이며 지내다 2016년 탄핵국면에 집단 탈당해 '비박계(非박근혜) 유승민 대표 등과 함께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이중 일부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통합신당인 바른미래당에 남아있다. 이태규 바른미래당의원이 대표적이다. 이 의원은 2007년 한나라당 경선부터 이 전 대통령 기획단장을 맡아 대선까지 전략기획을 담당했다. 이후 인수위원회와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역임했다.
이밖에 바른정당에 합류했던 김무성·장제원·권성동·김성태·주호영·김영오 등 대표적인 친이계 의원들은 지난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다.
현재 한국당 내 '친이계'는 홍준표 대표와 김무성 의원 라인으로 분류된다. 홍 대표는 어느 한 계파에 속한 편은 아니었지만 스스로 이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고 언급해왔다. 현재 비박·친이계 의원을 중심으로 당권을 쥐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친이계 출신 친홍계 격이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당시 이 전 대통령의 노동현안에 대한 협상 파트너로 정치에 입문했다.
김무성 의원은 2016년 총선 공천에서 이른바 '옥새파동'을 일으키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갈라섰고, 이후 탄핵국면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합류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한국당으로 돌아와 홍준표 대표체제를 돕고 있다. 현재 당내에서 북핵폐기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2일 오후 이 전 대통령의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서울 동부 구치소로 이동하기 위해 자택을 나서기 전 측근들이 배웅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18.03.22. bluesoda@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 전 대통령 구속 직전까지 곁을 지킨 권성동 의원은 MB정부 당시 변호사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으로 '점프' 하며 친이계의 핵심으로 다가섰다. 청와대 1년 근무 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강원도에 출마해 당선됐다. 권 의원은 18대 부터 20대까지 3선째 배지를 달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2007년 경선부터 MB캠프에서 일한 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분과위원회을 역임했다. 이 전 대통령 구속에 '눈물'을 보이고 개인 페이스북에 분노의 글을 올렸다. 지난 14일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자택을 찾은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도 장 의원과 특수관계임과 동시에 친이계다.
이 외의 친이계는 재야나 지방에 머물러있다. 김기현 울산광역시장은 스스로 'MB의 남자'라는 표현을 해왔다.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김효재 전 정무수석 등도 특별한 정당활동을 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용석 변호사, 고승덕 전 의원, 정운찬 전 국무총리(현 KBO총재) 등도 친이계로 분류된다.
친이계가 세 축소에 이어 구심을 잃으면서 200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시 한나라당 대표로 올라서면서 시작된 '친박vs친이' 양대 계파의 역사도 저물게 됐다. 박근혜를 잃은 친박계는 사실상 폐족 수순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때 당내 최대계파를 형성하고 '친박 감별' 공천 파동 등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옛 영화다.
친박계 좌장이었던 최경환 의원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됐고, 재선의 이우현 의원도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구속된 상태다.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과 유기준 의원은 최근 당무감사에서 당협위원장 자리를 박탈당했고, 원유철.김재원 의원은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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