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여야 의원들을 워싱턴 백악관으로 초청해 공정 무역을 주제로 연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미 FTA에 대해 "우리는 한국과 매우 나쁜 무역협정을 맺고 있다"면서 "우리에게 그 협정은 재앙이었고 손실만 낳았다"고 말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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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 ‘본게임’은 이제부터다.”
도널드 트럼트 미국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 관세 대상국에서 한국을 ‘한시적 제외’하자 통상전문가들이 보인 반응이다.
한·미 양측은 다음 달 말까지 ‘영구적 해결책’을 찾는 협상을 진행할 계획인데 미국이 관세 면제 문제를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의 지렛대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철강을 시작으로 반도체, 자동차 등 다른 품목까지 통상압박을 확대할 수 있어 ‘혹 떼려다 혹 하나 더 붙일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 정부는 23일(현지시각)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 및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규정된 국가 안보 위협을 근거로 이같은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한국을 비롯해 캐나다, 멕시코 등 6개국과 유럽연합(EU)에 다음 달 말까지 관세 부과가 ‘잠정 유예(temporary exemption)’됐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2일 상원 재무위 청문회에 출석해 캐나다와 멕시코, 호주, 한국, EU, 브라질, 아르헨티나에 대해 관세 부과를 ‘중단(pause)’하고 다음 달 말까지 면제 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상전문가들은 한시적이나마 관세 면제 조치를 얻어낸 것을 '성과'로 평가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 기업이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철강 수출액 38억달러(4조1044억원) 가운데 28억달러(73.7%)가 관세 부과 대상이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대미 철강 수출액이 연간 8억8000달러 감소하고 3년간 국내 생산 손실분은 7조2300억원, 부가가치 손실분은 1조3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1개월여의 추가 협상 시간을 확보해 대응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이제 과제는 관세 면제 조치를 영구화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미 양국간 힘겨루기가 불가피하다. 미국은 관세 면제 협상과 한·미 FTA 개정협상을 연계하겠다는 방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캐나다와 멕시코의 철강 관세 면제 여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에 달렸다”며 “한·미 FTA를 개정하는 절차에 있기 때문에 한국도 비슷하다”고 했다.
미국이 관세 면제를 조건을 한·미 FTA 개정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면 우리 협상단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협상을 진행 중인 사안이라서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미국 측의 요구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분야에서 우리의 양보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시장은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178억7000만달러)의 72.6%(129억6600만달러)를 차지한다. 미국은 앞선 3차례의 개정협상에서 우리 측 자동차 안전·환경 기준 완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은 미국산 자동차에 국내 안전기준을 적용받지 않은 차량을 2만5000대 허용하고 있는데, 이 쿼터를 늘리거나 아예 안전 기준을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은 현재 25%인 픽업트럭 수입 관세 철폐 유예 기간 연장 등을 원하고 있다.
미국은 다른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수입규제를 압박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벌써 반도체, 자동차 등 구체적 품목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트럼프 스타일은 공짜가 없는 것”이라며 “철강 관세 유예와 맞물려 자동차 등에서 반드시 우리 측 양보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영관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도 “(미국이) 한시적으로 딱 한 달 양보했는데, 일단 (국가들을) 다 넣고 조금씩 얻을 게 있으면 양보하는 전형적인 ‘트럼프식 협상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북핵 문제와 한미 FTA를 연계한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산업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간 팀플레이가 중요한 시점”이라고말했다.
세종=유영호 기자 yhryu@mt.co.kr, 세종=정혜윤 기자 hyeyoon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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