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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광장을 메운 '미투' 목소리...청계광장서 1박2일 이어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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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을 당했다고 하면 ‘네가 예뻐서’, ‘색기가 있어서’라던지 ‘왜 따라갔냐’, ‘신고를 왜 안 했냐’라고 저한테 책임을 돌리는 일이 부지기수였습니다. 마음에 상처가 남아 셀 수 없이 많은 약을 먹고 자해를 하는 상황입니다”

22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22일 오전 9시22분부터 23일 오후 7시까지 이어말하기를 진행한다. 340여개 여성 ·노동·시민단체와 미투운동을 지지하는 400여명의 개인들이 기획자다. 행사 관계자는 “미투운동으로 성차별·성폭력이 근절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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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광장에서 ‘2018분동안의 이어말하기’가 진행되고 있다. /안소영 기자


여성들은 총 2018분(33시간 38분)동안 이어말하기를 하고 있다. 인터넷과 현장접수를 통해 발언에 나선 이들은 발언 외에도 노래, 랩, 시낭송 등으로 성폭력과 성차별을 토로했다.

발언자로 나선 박성아(27)씨는 “미투운동의 일환으로 대전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는데 이틀 전 이 행사를 알게 돼 참가하게 됐다”며 “유명인뿐 아니라 일반인 가해자들도 주목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자원봉사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발언자와 대자보 사연이 늘어나고 있다”며 “퇴근 시간 이후 참여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중년 부부, 대학생 커플, 직장인 남성 등도 청계광장을 찾아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정승민(22)씨는 “발언자를 응원하기 위해 나왔다”며 “마음 아프지만, 서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자리라서 꼭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60대 남성 김태연(67)씨도 “지나가다 들렀는데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 지울 수 없는 상처라는 것에 매우 공감한다”며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청계광장 한쪽에 설치된 대자보에도 사연이 이어졌다. 25m의 대형게시판에는 시민의 글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게시판에는 ‘#With you’ ‘#미투가 바꿀 세상 우리가 만들자’ ‘Speak Out’ 등의 구호와 시민들의 고백이 담겼다. ‘나는 버스창가에 절대 앉지 않는다. 내 허벅지를 만지던 소름끼치는 손이 생각나서’, ‘너로 인한 이 상처 평생 안고 살아갈 나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하긴 할까’ 등의 글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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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m 가량의 게시판에는 시민들의 미투 대자보가 붙어있다. /안소영 기자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운동은 2018분의 발언이 끝난 후 성차별·성폭력 끝장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23일 오후 7시부터는 서울 광화문, 안국동 사거리, 인사동, 종각역, 청계광장 행진도 예정돼있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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