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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지자체→지방정부 격상, 분권국가로… 野 "개헌안으로 선거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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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개헌안 2차 공개]

文대통령 "수도권 1등 국민, 지방 2등 국민 분열… 방치 안된다"

'수도를 법률로 정한다' 명시… 2004년 행정수도 위헌 의식한 듯

野 "부결될 것 뻔한 案 만들어놓고 야당에 책임 돌리려는 쇼"

청와대가 21일 2차로 공개한 개헌안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강화하고 헌법에 수도(首都) 조항을 명문화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노무현 정부 이래로 현 여권의 '숙원'인 지방분권과 수도 이전 가능성을 헌법에 명시적으로 담겠다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석 달가량 앞두고 지방자치단체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개헌안을 내놓은 데 대해 야당은 "개헌안 발표를 가장한 선거운동"이라고 반발했다.

대통령 개헌안은 현행 헌법 117조와 118조에 간략히 명시된 지방자치 관련 조항을 대폭 늘려 지자체에 '행정·입법·재정권'을 주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하거나 자치세의 종목·세율 등을 정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문구를 명시하고, '지자체'에서 '지방정부'로 명칭을 바꾸겠다는 내용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발표된 개헌안 마련 과정에서 "수도권 1등 국민, 지방 2등 국민으로 지역과 국민이 분열됐다. 수도권이 사람과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과 지방 불균형'이 심각해 지방분권을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당장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구성되는 지자체가 이 개헌안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개헌안이 국회에서 부결될 경우, 여권 의도대로 지방선거가 '지방분권 개헌 세력'과 '호헌 세력'으로 양분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신보라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선거공약인지 헌법조문인지 분간도 안 되는 개헌안"이라며 "부결될 것이 뻔한 개헌안을 만들어놓고 책임은 국회와 한국당에 전가할 속셈"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권성주 대변인도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야당 죽이기를 위한 개헌 쇼"라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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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개헌안엔 '수도를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도 들어간다.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던 '세종시 행정수도'를 다시 추진할 길을 열어 놓은 것으로, 당시 헌재가 위헌 근거로 제시했던 '관습헌법'에 대한 현 정부 인사들의 '트라우마'도 영향을 미쳤다. 국회가 법으로 '수도'를 명문화한다면 '서울이 수도인 점은 관습헌법'이라는 2004년 헌재 판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지방분권과 수도 이전은 현 여권(與圈), 특히 친노(親盧) 진영에서 오래전부터 주장해 온 사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새로운 행정수도를 건설하고 지방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국가의 균형 있는 발전을 이룰 것"이라는 공약을 내세웠고 실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90년대 초 원외(院外) 시절엔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지방분권 실현' '강력한 재정분권 추진'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육성' 등을 공약했다.

[윤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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