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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지자체장·기초의원들이 통장 동원, '지방분권 개헌 서명' 운동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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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개헌안 2차 공개]

"관권개헌" 항의 받자 곳곳 철회… 지자체장 53명 고소당해

조선일보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을 상대로 ‘지방분권개헌 천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서명 책자. /독자 제공


서울 일부 지자체가 '지방분권 개헌 찬성' 서명을 반(半)강제적으로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통장을 동원해 일반 주민에게 찬성 서명을 받아오게 하는 것에 대해 '관권 개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올 초 청와대가 '개헌 드라이브'를 걸면서 주로 여당 출신 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이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를 비롯한 지방 4대 협의체는 지난 1월 1일 전국적으로 '지방분권개헌 천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강남·송파·중구 등 일부를 제외한 서울의 상당수 자치구는 통장들에게 서명부를 나눠주며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오게 했다. 용산구의 한 통장은 "통장 회의 때 구청 주민자치과 직원들이 3~4장씩 나눠주면서 '최대한 많이 하라'고 했다. '몇 부 받았느냐, 언제 제출할 거냐'고 자꾸 물어 부담이 됐다"고 했다. 1장에 20명의 서명을 받을 수 있어 한 사람당 60~80명씩 할당받은 셈이다.

김정재 용산구의회 의원(자유한국당)은 "주민들이 왜 서명을 하는지 모르고 했다가 '내 이름을 지워달라'며 항의해 통장들이 너무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한 경로당에선 한 할머니가 서명을 지워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칼까지 꺼내들며 항의했다고 한다.

서울 서대문구청은 '관권 선거 아니냐'는 항의로 통장들을 동원한 서명운동을 철회했다. 구청에서 통장들에게 집집마다 방문해 서명을 받으라고 지시했다가, 구의원들의 항의로 지난달 중단했다. 서대문구청은 또 1월 20일부터 지역 곳곳에 지방분권 개헌 홍보 현수막을 걸어 논란이 됐다.

이런 현상은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사단체 '자유와 인권연구소'는 공무원 등을 동원해 지방분권 개헌에 찬성하는 서명운동을 벌여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훼손했다며 53명의 지방자치단체장을 고소했다. 여기에는 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당도 일부 포함돼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지난달 8일 이첩된 '관권 개헌 서명운동'의 신고인을 조사하는 등 수사를 시작했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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