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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靑, 개헌안 또 '쪼개기' 공개...전문가들 "전문없이 평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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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수도·토지공개념 헌법에 명시”

청와대가 21일 전날에 이어 또다시 대통령 개헌안 요지 일부를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개헌안 전문(全文) 공개가 아닌 골자만 공개하는 방식에 대해 개헌안에 대한 논의를 막는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오전 춘추관 브리핑에서 “국민 간의 소득격차, 빈곤의 대물림, 중산층 붕괴 등 양극화가 경제성장과 국민통합을 가로막는 상황이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다”며 “이번 개헌을 통하여 경제민주화와 토지공개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그러나 토지공개념 관련 전문을 소개하는 방식이 아닌 요지만 소개했다. 이날 개헌안 내용으로 소개된 ▲헌법에 수도 조항 신설,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변경·강화하는 내용도 마찬가지로 전문은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조 수석은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중 전문(前文)·기본권 부분을 소개하면서도 조문 전체를 전하지는 않았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헌법은 최고법이기 때문에 헌법 해석이 여러가지로 나오면 안되고, 다른 법령은 충돌해도 헌법은 그러면 안된다. 헌법은 (해석을) 전체적으로 해야 한다”며 “전문을 주지 않으면 평가하기가 곤란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안이 국민안이 되려면 아일랜드나 아이슬란드처럼 몇달씩 두고 국민이 다 참여해서 토론해야 한다”며 “분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갖고 있다가 국회에 보내 공고하고, 조문을 하나도 고치지 않고 표결하겠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 “토지공개념...행복추구권·재산권 충돌”

한편 이날 청와대는 대통령 개헌안에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토지공개념을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이와 관련 “현행 헌법에서도 제23조 제3항 및 제122조 등에 근거하여 해석상 토지공개념이 인정되고 있지만 택지소유상한에관한법률은 위헌 판결을 받았고, 토지초과이득세법은 헌법불합치판결을 받았다. 개발이익환수법은 끊임없이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지공개념 명시할 필요성을 설명했다.

조 수석은 또 “이번 (헌법) 개정을 통해 수도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는 수도 규정 신설 이유에 대해서는 “국가기능의 분산이나 정부부처 등의 재배치 등의 필요가 있고, 나아가 수도 이전의 필요성도 대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헌법 조문에는 수도 관련 조항이 없다. 이 때문에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는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조선왕조 이래 600여년간 오랜 관습에 의해 형성된 관행이므로 관습헌법으로 성립된 불문헌법”이라고 했다.

조 수석은 “지방분권 개헌의 시작은 지방분권국가 선언”이라며 “(헌법) 개정안 제1조 제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조항을 추가해 대한민국 국가운영의 기본방향이 지방분권에 있음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개헌안에는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이름을 바꾸고 지방정부의 자치행정권과 재정권·입법권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고, 현행 중앙정부가 정하던 지방정부 조직구성과 운영을 지방정부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토지공개념’ 신설에 대해서는 다른 헌법 조항과 관계 전체에서 봐야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제시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런 단어가 헌법에 들어온다고 토지에 대한 소유권과 토지계약의 사적자치를 부인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헌법상 계약의 자유가 있는데 국토 조항에 토지공개념을 넣는다고 뒤집어지겠나. 헌법 전체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행복추구권에서 나오는 계약의 자유, 재산권과 연결해 유기적이고 체계적으로 해석해야 하니, 그것을 넣는다고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토지공개념이라는 단어가 헌법에 들어가면, 토지재산권을 제한하는 법률을 만들 때 강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도 관련 규정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이 엇갈렸다.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는 “(수도를) 법률로 (규정)해서도 안된다”고 했다. 이어 “통일이 되면 수도를 서울로 할지, 개성이나 평양으로 할지도 모르는데 남쪽에 세종시를 만들려고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공무원들이 (업무시간의) 반을 길거리에서 보내는데 얼마나 낭비냐”고 말했다. 반면 김선택 교수는 “헌재의 ‘관습헌법’ 결정 때문에 통일 이후 수도를 옮기게 될 경우 개헌 과정을 거치게 될까봐 걱정이었는데, 헌법의 위임을 받은 법률로 수도를 정하는 것도 괜찮다”고 했다.

[박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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