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전기관들은 작년 4월엔 '미국이 북핵 시설 타격해도 중국의 군사 개입은 없을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다 180도 얼굴을 바꾼 것은 최근 남북, 미·북 정상회담 개최가 합의되는 국면 변화 때문이다. 미국이 주도한 유엔 대북 결의에 동의했다가 북·중 관계는 멀어지고, 미·북 거리만 좁혀준 게 아니냐는 걱정이다. 중국 외교관은 "북과 정상 거래하던 중국 사업가들도 모두 망하게 생겼다"고 했다. 중국은 북한 마음도 잃고, 제 돈도 잃는 '이중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미·북 정상회담 등으로 북한이 미국 영향권에 들어가는 것은 중국엔 악몽이다. 중국은 북이 전략적 완충지라는 생각을 바꾼 적이 없다.
최근 미·중 간 패권 다툼은 중국의 이런 불안에 기름을 붓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중(對中) 관세 폭탄을 예고한 데 이어 대만 고위급 인사의 방미(訪美)를 허용하는 내용의 '대만여행법'에도 서명했다. 이 법은 중국 대외정책의 근간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 수 있다.
김정은은 지금 한국과 미국에 손짓을 보내고 있지만 실제 쳐다보고 있는 곳은 중국일 것이다. 한·미와 통하는 모습을 보여 중국을 안달하게 하고 중국이 대북 제재 대열에서 이탈하게 하려는 것이다. 앞으로 중국이 북을 달래기 위해 '뒷문'을 열어줄 경우 북을 비핵화 테이블로 끌어낸 대북 제재망은 무너진다. 그 순간 실체 여부가 불확실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라는 것도 신기루같이 사라질 것이다.
중국은 북핵보다 북한 붕괴를 더 걱정해왔다. 미국 때문이다. 북이 무너져 압록강에서 미군과 맞닥뜨리는 것을 가장 우려한다. 북핵을 둘러싼 미·중 간의 대립은 상대에 대한 의심과 공포에 기반하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적어도 북핵 폐기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미·중 간 협력이 불가능하지 않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북한 사이를 중재해 성과를 거뒀다. 중국의 대북 제재망 이탈을 막는 것이 중요한 지금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북핵에 대한 기본적인 공동 이해를 만들고 지키는 중재 외교 역시 절실하다.
28일 중국 외교 사령탑 양제츠 정치국원이 방한할 예정이다. 중국과 허심탄회한 논의로 중국의 우려를 경청하되 어떤 경우에도 대북 제재망은 흔들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지금 한순간 한순간이 북핵 사태의 중대한 고비일 수 있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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