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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文대통령, 개헌안 26일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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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사흘간 내용 나눠 공개… 靑 "해외순방 중 전자결재할 듯"

野 "청와대 주도 개헌… 민주당 빼곤 모든 당이 반대"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6일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고 청와대가 19일 밝혔다. 청와대는 개헌안 발의를 앞두고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개헌안 세부 내용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22~28일 해외 순방 일정을 감안해 귀국 후 발의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헌법이 정한 국회 심의 기간 60일을 보장해 달라는 당(黨)의 요청을 수용해 26일로 결정했다"며 "그에 앞서 개헌안은 분야별로 상세히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20일 개헌안 전문(前文)과 기본권 ▲21일 지방분권 및 국민주권 ▲22일 정부 형태 등 헌법기관의 권한 관련 내용을 잇달아 공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야당은 "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청와대 주도 개헌에 반대하는데 발의 시점을 바꾸는 게 무슨 소용이냐"며 일제히 반발했다. 대통령이 오는 26일 개헌안을 발의·공고하면 5월 25일까지 국회 표결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야권 기류와 여야(與野) 의석 구조로는 청와대가 개헌안 통과에 필요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을 확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날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도 고성이 오가면서 결렬됐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가 현실화된다면 정국은 급속히 경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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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소리 오간 채 끝난 3당 원내대표 회동 - 정세균(왼쪽에서 셋째)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의장실에서 개헌 논의를 위해 만났으나, 고성만 오간 채 성과 없이 끝났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정 의장,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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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독자 개헌안 발의 시한을 오는 26일로 잡은 것도 그 때문이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기 전에 국회가 개헌 논의를 진전시키라는 압박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의 개헌 합의가 무산될 경우 그 책임을 야당으로 돌리겠다는 포석 아니겠느냐"고 했다.

청와대는 오는 26일 개헌안 발의 즉시 공고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개헌안은 '공고'한 날을 기준으로 60일 이내에 본회의 표결에 부치게 돼 있다. 이를 위해 국무회의도 열려야 한다. 이런 절차들은 문 대통령이 베트남·아랍에미리트(UAE)를 순방하는 도중에 이뤄지게 된다. 문 대통령은 순방 기간에 해외에서 세 차례 전자 결재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개헌안이 국무회의에 상정될 때, 국무회의 의결 후 국회에 송부될 때, 국무회의 의결 후 공고할 때 대통령 결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는 '개헌안 발의를 문 대통령 순방이 끝나는 28일 이후로 미루자'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개헌 같은 중차대한 사안을 순방 도중 전자 결재로 진행할 경우, 야당에 비난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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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 대통령은 개헌안 발의를 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만큼 국회에 논의 시간을 최대한 보장하자는 것"이라며 "국회에는 자체 개헌안을 논의, 합의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다. 대통령이 발의하지 않고 국회에 넘기라고만 하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라고 했다.

여야는 이날 원내대표 회동, 국회 헌정특위 등을 잇달아 갖고 개헌 논의를 이어갔지만, 고성만 오갔을 뿐 논의는 진전되지 않았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대통령 개헌안 발의 시점을 5일 연기하고 여기에 맞춰 달라고 하는 것은 파쇼 방식"이라고 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국회 불신의 원인은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다는 점을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은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청와대와 각을 세웠다. 천정배 평화당 헌정특위 위원장은 "독자 개헌 발의는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지켰다는 말을 하기 위한 지방선거용 정략에 불과하다"고 했다. 정의당의 심상정 전 대표는 "(국회가) 총리 추천·선출권을 갖는 것을 두고 여당이 '내각책임제'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왜곡"이라고 했다. 지난 16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국회가 개헌을 통해 국무총리 인사권을 행사하려는 것은 국회를 위한 개헌을 하자는 것"이라고 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이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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