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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文대통령 야4당 반대에도 전자결재로 개헌 발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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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야4당 반대에도 개헌 발의 할 듯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6일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진행하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이고 이를 위해서는 개헌안 발의 시점을 더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어려운 여건이라는 점을 이유로, 개헌 카드가 단지 지방선거용 ‘정략’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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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 일정은 2018 전국동시 지방선거.일정이 맞물려 있다./그래픽=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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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순방기간중 세 차례 전자결재 할 듯

문 대통령은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기 위해 오는 22일부터 시작되는 베트남·UAE 순방기간 해외에서 세 차례 전자결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발의 개헌안은 국무회의에 상정될 때,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뒤 국회에 송부될 때, 그리고 공고되는 시점에서 대통령의 재가가 필요하다. 정의당을 포함한 야4당이 모두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순방 기간 전자결재를 통해 개헌안 발의를 강행하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10일 신년사에서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는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로부터 개헌 자문안을 전달 받는 자리에서 6월 개헌이 필요한 이유를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 임기 일치를 통해 정치체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2020년 총선 전에 미리 선거의 비례성을 높이고 선거 연령을 낮춘 제도를 미리 도입해두기 위해서라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오는 26일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공고하면, 국회는 늦어도 오는 5월 25일까지는 이 안을 두고 표결을 해야 한다. 현행 헌법 제129조가 국회는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재적의원(현재 293명) 3분의 2(현재 196명) 이상이 개헌안을 의결할 경우, 국민투표는 국회 의결 30일 이내에 실시된다. 다만 국민투표 부의는 대통령의 권한이므로 개헌안을 내놓은 당사자인 문 대통령은 30일의 기한과 관계없이 즉각 국회를 통과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문 대통령은 개헌안 국민투표 공고를 늦어도 5월 25일까지는 진행해야 한다. 국회가 헌법 개정안을 마지노선인 5월 25일 의결한다면, 같은 날 개헌 국민투표에 대한 국무회의 심의와 공고가 이뤄질 수도 있다. 현행 헌법은 국민투표를 위해서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고, 현행 국민투표법은 국민투표일 18일전까지 국민투표일과 국민투표안을 동시에 공고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개헌 드라이브는 지방선거용?

대통령이 개헌 발의 명분을 ‘국민과의 약속’으로 내걸었지만 정치권에선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공학적 계산도 깔려 있다고 본다.

대통령이 오는 26일 개헌안을 발의하게 되면 국회가 정한 마지노선인 5월 25일까지는 여론의 관심이 개헌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헌에는 매우 큰 사회적 변화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최고 기본법으로 국민의 권리와 정부 형태 등을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는 헌법을 고치면, 여기 맞춰 관련 법률도 모두 바꿔야 한다.

문 대통령의 개헌 드라이브가 지방선거용 ‘정략’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더라도 부결 직전까지는 개헌안에 대한 찬반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수 있다. 이 같은 대치는 적어도 지방선거 공식선거 운동을 목전에 둔 5월 25일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은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한 현 여권에게는 호재(好材)가 될 수 있다. 사회적 가치를 둘러싼 논쟁을 수반하는 개헌의 특성상 ‘전문’ 개정, ‘기본권’ 확대와 ‘지방분권’ 강화 등을 내건 문 대통령의 개헌안은 여권 지지층을 결속시킬 여지가 있다.

야권이 문 대통령의 개헌안을 비판하거나, 최종적으로 국회에서 부결시킬 경우, 여권은 지방선거를 통한 ‘호헌(護憲) 세력 심판론’을 꺼내들 수도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해 국민투표가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될 경우 지방선거 투표율이 동반상승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문 대통령이 ‘국회의 총리 추천’ 받는 승부수 던질수도

개헌안이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한국당은 116명 의원을 확보하고 있는데, 최소 한국당의 개헌에 대한 묵인 없이는 196명이라는 개헌선 확보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내세운 ‘6월 개헌 국민투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갖고 있고, 개헌의 방향도 국회가 추천하거나 선출한 총리를 통한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중심제 유지에 방점을 두고 있는 청와대의 개헌안과는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선거제도의 비례성을 강화하는 조건으로 국회의 총리추천권을 보장하는 개헌안을 발의하는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는 오는 22일 대통령 개헌안의 정부형태 부분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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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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