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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레이더P] [흑과백] 정의당·민주평화당 공동교섭단체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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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은 객관성과 관계없이 주관대로 믿는 현상을 말합니다. 자신이 보고 싶고, 믿고 싶고, 듣고 싶은 정보만 접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듯합니다. 최순실 게이트, 조기 대선 등 큰 정치적 고비를 거치면서 더욱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뉴스 역시 확증 편향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특정 방향성을 지닌 뉴스가 판을 치고 있는 겁니다. 정치적 편향성과 과도한 이념 매몰에서 벗어나 객관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서 레이더P가 시도합니다. 주요 이슈를 특정 방향에서 바라보는 '흑과 백'입니다. 같은 팩트를 다루지만 해석과 분석이 완전히 다른 두 개의 뉴스, 즉 비판적으로 다룬 흑뉴스와 우호적으로 다룬 백뉴스를 '노골적으로' 소개합니다. 선택은 독자들 몫입니다.

이번 순서는 정의당과 민주평화당 교섭단체 구성을 둘러싼 찬반 논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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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국회에서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왼쪽)와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만나 대화하기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민주평화당은 이날 정의당에 공동교섭단체(20석 이상) 구성을 공식 제안하기로 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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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뉴스
"협치·연정을 위한 실험" 교섭단체 권한 무시 못해


정의당은 민주평화당과 원내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당원들의 뜻을 모으기로 했다. 공동교섭단체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정의당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그간 개헌과 같은 국회 내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수당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등 비교섭단체의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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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과의 대화 ‘공동교섭단체 구성 추진에 대해’ 를 진행하는 정의당[정의당 페이스북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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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은 14일 '페이스북 라이브'를 진행하며 실시간으로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대한 당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등 홍보전에 뛰어들었다. 정의당은 "공동교섭단체 구성은 답답한 국회 판도를 바꿔놓는 지렛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라 제기된 것이다. 깊은 고뇌를 담은 토론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정의당 지도부는 반발하는 당원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에 나섰다. 이정미 대표는 13일 오후 경남도당을 찾아 부산·울산·경남 지역 당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공동교섭단체의 의미를 설명하며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17일 전국위원회에서 공동교섭단체 추진 안건을 승인받기 위해 16일까지 전국을 돌며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의당 지도부는 민생입법은 사법 개혁, 노동 개혁 등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국회의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앞서 노회찬 원내대표는 국회 상황의 답답함을 토로한 바 있다. 그는 2013년 "2000년에 민주노동당이 창당되고 4년 만에 원내에 진입한 빠른 성장을 했지만 그 이후 원내교섭단체도 만들지 못하는 소수 정당에 머물고 있다"면서 "초등학교 들어가고 10년이 지났는데 계속 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중학교에 올라가지 못하는 그런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어 "뭔가 환골탈태를 해야 한다. 그냥 자기 주장만 하는, 자신의 신념만 표현할 뿐인 그런 소수 집단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현행 국회법상 복수의 정당이 함께 하나의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협치라는 틀 안에서 일치된 의견에 한해서 정책과제를 함께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 찬성 측 입장이다.

또 상임위 간사 배정, 교섭단체 연설, 국고보조금 우선 지급 등 40여 개 이상의 권한이 있다는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한창민 정의당 부대표는 "여러 우려와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당원도 있지만 정체돼 있는 현 상황을 바꾸고 개혁국회룰 만들기 위해 (공동교섭단체)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 "단순 이해관계가 아니라 한국 사회 변화 가능성을 열어가는 협치와 연정을 위한 실험적인 과정"이라고 말했다.

◆흑뉴스
정체성 상실 우려…당내 반발 기류 존재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놓고 양당 내에서도 반발 목소리가 크다.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인 '저스트 페미니스트'는 13일 논평을 내고 "지도부는 당원의 의견을 듣는 어떤 구체적인 절차도 없이 논의를 진행하면서 그동안 정의당을 지지한 소수자들을 고려했는지 의심스럽다"며 반대 의견을 보였다.

또 김경진 민주평화당 상임선거대책 위원장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하나의 정당으로 20석이 안 되면 비교섭단체로 의정 활동을 하면 되지 굳이 인위적인 공동교섭단체를 만들어야 하는지 탐탁지 않다"고 말했다.

정체성의 차이도 분명히 있다. 양당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 정규직·비정규직 문제 등에서 이견을 갖고 있다. 정의당이 기존 여성, 성소수자, 청년, 비정규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보적 정체성을 잃지 않고 견지해 나가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2008년 18대 총선 후 정체성이 다른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이 '선진과 창조의 모임'이라는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이듬해 심대평 의원이 자유선진당을 탈당하면서 공동교섭단체가 깨진 바 있다. 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영향력이 큰 상황에서 교섭단체 구성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부정적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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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심상정 전 대표[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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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심상전 정의당 전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호남 당원들과 노동계 당원들 반대가 많다. 호남의 경우 평화당의 정치를 비판하고 있다"면서 "일부 당원들은 평화당이 노동 문제와 관련해 적극적인 의지가 확인된 바 없기 때문에 정체성 혼란으로 노동자들이 헷갈리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의당의 정체성 혼란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당에서도 교섭단체 구성을 두고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14일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대해 "정의당은 민주당보다 왼쪽에 있는 당이다. 또 민주평화당에 계신 분들은 과거 국민의당에서 탈당하신 분들로 민주당 오른쪽에 있는 분"이라며 "(양쪽이) 교섭단체하는 걸 보고 민주당 2중대가 드디어 탄생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꼼수라고 볼 수밖에 없는 교섭단체를 만들 바에는 민주당과 합당하는 게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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