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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사설] 靑 개헌 초안 마련… 이젠 정치권이 매듭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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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헌안 21일 발의 예정 / 전직 대통령 수난 반복 않으려면 / ‘제왕적 대통령’ 폐해 수술해야

대통령 직속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어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부 개헌안 초안을 보고했다. 문 대통령이 정부 개헌안 준비를 지시한 지 36일 만이다. 초안에는 대통령 4년 연임제, 수도 조항 명문화, 대선 결선투표, 5·18민주화운동 등의 헌법 전문 포함, 사법 민주주의 강화, 국회의원 소환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위는 5·18민주화운동, 부마민주항쟁, 6·19민주항쟁 등 세 가지 민주화운동을 모두 헌법 전문에 담았다. 논란이 됐던 촛불혁명은 전문에서 빠졌다. 현재 시점과 가까워 역사적 평가가 완료되지 않은 점이 고려됐다고 한다.

정부 형태로는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채택했다. 현직 대통령이 4년 임기를 마친 뒤 곧바로 대선에 도전할 수 있으나 패배할 경우 향후 대선에선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수도 조항도 신설했다. 새 헌법에 수도 조항이 명시되면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은 효력을 잃게 된다. 관습헌법에 발목 잡혀 무산된 ‘행정수도 구상’을 재추진할 길이 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수술이 미흡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개헌 논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에 따른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문 대통령도 지난 대선 당시 “제왕적 대통령제의 절대적 권한을 조정하고 삼권분립 속에 협치를 도모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이번 특위 초안에선 ‘국회에 총리 추천권 보장’ 등 대통령 권력 분산 장치가 별로 마련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어제 초안을 토대로 오는 21일 정부 독자 개헌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개헌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국회가 의결해야 하는 등 향후 일정을 고려한 조치다. 개헌안이 발의되면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간다. 하지만 국회에서 현실적으로 처리되기란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116명 중 98명만 반대표를 던져도 개헌안 국회 통과가 무산되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은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기 전에 국회의원 재적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 주도의 개헌은 바람직하지 않고 성공할 가능성도 낮다. 개헌이 주요 정당들의 논의를 통해 추진돼야 하는 이유다. 정부 주도의 개헌은 정치권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지난해 1월 국회는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했으나 1년 넘게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회 개헌특위 보고서가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민주주의’를 강조해 색깔논쟁이 벌어지는 등 여야는 당리당략에 얽매여 시간만 허비했다. 문 대통령도 어제 “1년이 넘도록 아무런 진척이 없고, 대통령의 개헌 준비마저도 비난하고 있다”고 야당을 비판했다. 정치권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야당은 지방선거용 꼼수라고 반대만 하지 말고 자체 개헌안을 제시해야 한다.

오늘 이명박 전 대통령이 비리 혐의로 검찰의 포토라인 앞에 선다. 생존한 전직 대통령 4명이 모두 부정과 비리에 연루된 부끄러운 흑역사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비롯된 비극이다. 이런 정치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여야는 개헌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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