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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사설] 비핵화 4강 외교에 모습 감춘 외교부, ‘패싱’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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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를 둘러싸고 치열한 4강 외교가 벌어지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미국에 이어 중국, 일본, 러시아로 갔다. 북한과 협의한 내용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작 외교부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겉돌고, 특사단에는 외교부 실무자를 찾아볼 수 없다. 외교부가 북핵 외교를 주도하는 부처라는 사실이 무색할 지경이다.

강 장관의 행보를 놓고 보면 외교부가 소외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다. 대미 특사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던 때 강 장관은 싱가포르·베트남을 방문하고 있었다. 외교다변화, 신남방정책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고 한다. 그것이 절박한 북핵 외교를 제쳐두고 뛰어갈 정도로 그렇게 급박한 사안인가. 대미 특사단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는 주미대사만 배석했을 뿐이다. 청와대가 “김정은 위원장의 제안을 아는 사람은 대북 특사단 5명과 대통령뿐”이라고 한 만큼 강 장관이 당시 북·미 정상회담 제안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도 의문스럽다.

이런 상황을 두고 역할 분담론으로 둘러댈는지 모르지만 작금의 외교부 처지로 보면 수긍하기 힘들다. 외교부는 북핵 외교를 총괄하는 실무 부처다.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는 북핵 문제와 관련한 모든 외교정책을 수립·시행하고 북핵 6자회담을 다루는 전문가 집단이다. 북핵 외교에 관한 한 그만큼 경험을 축적한 곳도 없다. 강 장관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을 만나기 위해 내일 워싱턴을 방문한다. 대미 특사단이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대화의 깊숙한 내막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 채 미국을 어찌 설득할지 자못 우려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외교가 국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렇게 큰지 몰랐다”고 했다. 한반도 위기는 절체절명의 고비를 넘고 있다. 지금은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도 모자랄 상황이다. 외교부 장관은 주변부만 맴돌고, 북핵 외교 전문가들은 특사 외교의 전말을 귀동냥해 알아야 한다면 무슨 힘으로 파고를 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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