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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제자들 성폭행, 미국 최고의 지휘자 제임스 러바인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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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40년 그와의 관계 종결” 성명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지휘자 제임스 러바인(75·사진)을 명예 음악감독직에서 해임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40년간 이끌어 온 러바인은 미국인 지휘자 중 최고로 꼽히는 클래식 음악계 거물이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1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조사 결과 러바인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재직하던 동안과 그 이전에 성적 학대와 괴롭힘에 관여했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를 발견했다”며 “우리와 러바인의 관계는 종결됐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직원과 예술가를 위해 서로 존중하며 괴롭힘 없는 일터를 만드는 데 헌신하겠다”고 덧붙였다.

러바인의 몰락은 그의 성폭력 혐의를 수사한 경찰 조서를 뉴욕포스트가 지난해 12월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피해자들의 증언이 봇물 터지듯 이어졌다. 러바인은 지난 수십년 동안 음악대학과 오페라단의 젊은 남성들에게 음악을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성행위를 강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저명한 지휘자로서 음악학도들 사이에서 광신적 숭배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피해자들은 러바인이 제자들에게 외부 세계와 연을 끊고 그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할 것을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1968년 러바인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한 바이올리니스트는 보스턴글로브 인터뷰에서 “그때 나는 스무살이었다. 스승과의 성관계가 나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지난해 12월 러바인을 정직시키고 3개월간 자체 조사를 벌였다. 러바인이 정직되기 전 공연한 마지막 작품은 공교롭게도 베르디의 ‘레퀴엠’(죽은 이를 위한 미사곡)이었다. 이 레퀴엠은 그 자신을 위한 노래가 됐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러바인의 후임자로 프랑스계 캐나다인 야니크 네제 세겡(43)을 선임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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