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7 (목)

[유레카] 또 바뀌는 ‘자동차 번호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한겨레

국토교통부가 11일 누리집을 통해 공개한 자동차 번호판 개편안. 글자에 받침을 추가하거나 앞의 숫자를 2자리에서 3자리로 늘리는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사진 국토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만섭(송강호)이 광주의 참상을 목격하고 두려운 나머지 다음날 새벽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남겨둔 채 몰래 서울로 떠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광주의 택시 기사 태술(유해진)이 달려와 “서울 택시는 공수놈들이 모조리 잡아간다”며 전남 번호판을 건넨다. 만섭은 ‘서울3 구 3151’ 번호판 대신 ‘전남2 나 0310’을 달고 계엄군의 감시를 피해 무사히 광주를 빠져나온다.

우리나라 자동차 번호판에서 지역명이 빠진 것은 2004년부터다. 당시 정부는 지역감정을 해소한다는 취지에서 ‘전국 단일 번호판 체계’를 도입했다. 이사할 때마다 번호판을 교체해야 하는 불편도 사라졌다. 바뀐 번호판은 ‘2자리 숫자+글자+4자리 숫자’로 구성됐다. 2자리 숫자는 자동차 종류, 글자는 자동차 용도, 4자리 숫자는 등록번호를 뜻한다. 예를 들어 ‘11가 1234’라면 11은 승용차, 가는 자가용, 1234는 등록번호다. 지금도 사용하는 번호판 체계다.

2006년에는 번호판의 색상과 디자인이 바뀌었다. 멀리서 식별하기 어렵다는 논란이 일자 초록색 바탕에 흰색 글씨를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바꿨다.

국토교통부가 내년 상반기에 번호판 체계를 다시 바꾸기로 하고 11일 누리집를 통해 시안을 공개했다. 앞의 2자리 숫자를 3자리로 늘리거나 글자에 받침을 추가하는 두 가지 방안이다. 예를 들어 ‘11가 1234’라면 ‘111가 1234’나 ‘11각 1234’ 중 하나로 바뀌게 된다. 이달 25일까지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

국토부는 자동차 증가로 내년 하반기에는 사용 가능한 번호가 모두 소진돼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현재 등록 대수가 2200만대인 승용차만 따져도 매년 순증 대수가 80만대나 돼 앞으로 4천만개의 번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 번호판은 신규 등록 차량에 적용되는데, 국토부는 숫자 추가의 경우 국가 전산시스템 변경 등 공공부문에서만 40억원가량, 받침 추가는 4억원가량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한다. 경찰청 단속카메라 교체 비용이나 주차장 차량인식 시스템 교체 등 민간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별개다.

차량 증가 예측을 제대로 못 해 10년 만에 번호판을 또 교체하기로 한 것은 주먹구구식 행정이 아닐 수 없다. 잦은 교체는 정부의 예산 낭비와 민간의 비용 부담을 부른다. 체계적인 행정이 아쉽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 관련 기사 : 내년 자동차 번호판 바뀐다…‘152가 3108’ 또는 ‘52각 3108’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 [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