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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기업 빠진 청년 일자리대책 `백약이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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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약무효 청년일자리 (上) ◆

매일경제

고졸 사원으로 5년 전 대기업에 입사한 김정식 씨(가명·32)는 "친하게 지내던 친구 5명 중 나를 제외한 4명은 모두 대졸인데 3명이 취업을 못한 상태"라며 "친구들에게 '우리 회사 계약직이라도 들어오라'고 얘기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눈만 높아져 쉽지 않은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명문대 출신 35세 계약직 신입사원이 밑으로 들어왔는데 친구들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최근 4년간 10조원을 투입할 만큼 청년 일자리 해소에 온 힘을 쏟아붓고 있지만 직장을 찾지 못한 청년들의 한숨 소리는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일자리 정부'란 구호가 무색하게 문재인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해 청년(15~29세)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였던 2016년과 똑같은 9.8%였다. 앞서 2015년부터는 30~34세 사이에서도 실업률이 증가해 고통을 겪는 청년층 범위는 더 넓어졌다.

문재인정부가 이번주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벌써부터 보조금·세제지원 등 돈풀기 위주의 단기 미봉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저출산 문제처럼 청년실업도 한국 경제의 모든 구조적 모순들이 응축돼 만들어진 난제이기 때문이다.

실제 참여정부 때인 2003년부터 15년간 28차례나 청년 일자리 대책이 나왔지만 청년실업률이 쉼없이 올라갈 만큼 '백약이 무효'였다. 현장과는 거리가 먼 탁상행정으로 비슷비슷한 일자리 예산 사업 수만 줄곧 늘려왔던 결과다.

2016년 감사원 감사 결과 청년 일자리를 직접 창출하기 위해 정부가 진행한 37개 사업 가운데 15개 사업은 청년층 참여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소기업 채용을 조건으로 하는 계약학과 사업의 경우 작년 개설된 63곳 중 61곳은 정원이 미달되고, 이 중 17개는 입학생이 0명이라는 사실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본질에 보다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쟁력을 가진 제조업 기업이 늘어나 신규 채용을 확대하거나 소비가 활성화돼 서비스업 일자리가 늘어나야 청년실업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된다는 지적이다.

박윤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역대 정부마다 제조업 혁신과 서비스업 경쟁력 제고를 외쳤지만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현격해지면서 일자리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청년들이 기피하는 현상도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재정을 투입해 억지로 저임금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 대신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가릴 것 없이 투자를 늘려 고용을 확대하도록 세율 인하, 규제 완화 같은 거시·미시 정책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거시정책 측면에서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은 청년 일자리 문제를 더 꼬이게 했다는 지적도 많다. 제조업·서비스업 기업들이 생산성 제고를 위해 대응할 시간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이 전격 단행됨에 따라 신규 채용을 고려할 여력이 급격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조시영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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