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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15년간 붕어빵대책만 28번…일자리 만드는 `노동개혁`은 손도 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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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약무효 청년일자리 (上) ◆

매일경제

정부가 최근 4년 동안 청년실업 해소에 10조원을 투입했지만 직장을 찾지 못한 청년들의 한숨은 더욱 커지고 있다. 12일 서울 시내 한 대학에서 취업준비생이 신입사원 모집 관련 회사 안내 책자를 보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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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졸업생 김 모씨는 2년 전 정부가 취업상담, 직업훈련, 취업알선 등 통합 취업서비스를 해주는 '청년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해 A기업에 취업했다. 그러나 김씨는 입사 6개월도 안 돼 회사를 그만뒀다. 임금이 너무 낮고 미래 비전도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감사원에 따르면 이 사업의 평가 기준에 임금수준이나 고용유지 등 고용의 질은 포함되지 않았다. 김씨는 "정부가 청년들의 생각은 알아보지도 않고 탁상행정으로 청년 취업자 수 늘리기에만 급급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정부가 2003년부터 지금까지 총 28번, 즉 1년에 두 번꼴로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했지만 정작 청년실업률은 해마다 올라가면서 정부 정책이 전혀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청년 일자리 정책이 경직된 노동시장, 낮은 노동생산성 등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지 않은 채 예산을 통한 단기적 고용 창출에만 주력한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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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개혁의 핵심인 경직된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개선하면 생산성이 낮은 기존 취업자들은 퇴출되고 이 일자리를 청년이 채울 수 있게 된다. 또 기업은 임금에 걸맞은 노동생산성을 갖춘 인재를 채용할 수 있고, 노동시장은 더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다. 아울러 노동시장 유연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차이도 줄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경우 중소기업의 보수도 노동생산성 개선에 따라 올라갈 수 있어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 기피 현상이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청년 일자리 대책 중 노동시장 구조와 관련된 대책이라곤 2009년 12월 발표된 청년·중소기업 인력미스매치 해소대책 등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오히려 노동시장 유연화가 아닌 비정규직 2년 고용유지 등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입법 등이 청년의 이직률을 높이는 등 청년층의 고용안정성을 악화시켰다는 게 대체적인 연구 결과다.

한요셉 KDI 인적자원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정부의 청년 일자리 정책은 예산 지원을 통한 한시적인 일자리 확대에 급급했다"면서 "노동시장의 유연성 없이 청년 일자리 확대는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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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번의 일자리 정책을 살펴보면, 2003년 9월 정부의 첫 종합 일자리 정책으로 '청년실업 종합대책'(예산 3612억원)이 발표된 후 지금까지 '붕어빵' 대책이 만들어졌다. 당시 청년실업 종합대책은 단기 정책 기준으로 △공공 부문 일자리 확대 △인턴 등 직장 기회 확대 △해외근무 기회 확대 △민간기업 채용 촉진 △직업훈련 확대 △취업알선 등 6가지로 구분된다.

이 대책들은 이후 정부가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타났다. 공공 부문 일자리 확대는 역대 정부는 물론 문재인정부의 핵심적인 일자리 확충 방안이고 해외취업 확대, 민간기업 채용 촉진을 위한 세제·금융 지원, 직업훈련, 취업알선 서비스 등은 재탕, 삼탕돼 왔다. 2008년 4월 발표된 글로벌 청년리더 양성 계획(10만명의 글로벌 인력 양성)은 2013년 10월 'K-Move' 사업으로 이름만 바뀌기도 했다.

아울러 28번의 대책 중 기업을 활성화해서 고용을 확대하는 안은 없었다. 대부분의 대책은 청년들에 대한 직업 교육 같은 노동시장의 공급 측면에 집중됐고, 정작 청년의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수요 측면인 기업의 고용 여력을 확충하는 안은 찾을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청년 일자리 정책들은 대부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2015년 7월 발표된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에서 제시된 '청년 일자리 기회 20만 프로젝트'의 달성률은 51%에 불과했다.

최근 급격히 떨어지는 노동생산성도 청년 일자리를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로 지적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는 데 소극적인 모습이다.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면 고용주 입장에서는 임금이나 인력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신규로 청년을 고용하기 어렵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국 평균 노동생산성은 2010년보다 130만원 줄었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차이가 갈수록 벌어져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청년 일자리를 위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2016년 기준 제조업 부문에서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29%에 불과하다.

아울러 올해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고,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낮추는 근로기준법 개정안까지 최근 국회를 통과하면서 청년 일자리 상황은 더 심각하게 됐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노동생산성은 하락하는데 임금 수준이 그대로라면 기업이 고용을 추가로 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정부는 경제주체들이 보다 생산적인 업무에 종사하도록 유도하는 구조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원섭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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