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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아베 옆 벤처대표 앉고, M&A 잘하면 賞주고…청년벤처 키우는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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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0억 벤처 1000개 만들자 - 2부 / ① '챌린지 벤처' 로 회춘하는 日 ◆

매일경제

지난달 방문한 `생활 문제 해결 앱` 벤처기업 셰어링테크놀로지 사무실. 히키지 게이스케 사장이 서핑과 만화광이어서 사무공간 벽면이 온통 만화 캐릭터로 꾸며져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나고야 = 서찬동 기자]


"생활 속 모든 문제를 '앱'으로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것입니다."

지난달 23일 일본 나고야역 JP타워에 위치한 '셰어링테크놀로지' 본사. 이 회사는 올해 사업 6년 차 벤처다. 일상생활 속 어떠한 불편이라도 호소하는 고객에게 가장 적절한 업체를 매칭해주는 '생활110' 앱을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죽은 고양이를 장사 지내고 싶다든지, 집에 벌레가 생겼다든지 등 일상 고민을 상담하는 문의가 온라인이나 앱으로 하루 1500여 건씩 접수된다. 이를 전국 2000개가 넘는 회원 기업에 매칭해주고 이 회사는 서비스비의 20%가량을 수수료로 받고 있다.

회사 대표인 히키지 게이스케 사장(33)은 이미 대학 3학년 때부터 수입품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한 이후 인터넷 회선 연결 사업 등 다양한 창업 경험이 있다.

마사요시 시노 최고재무책임자(CFO·32)는 "지난해 매출은 17억엔(약 172억원)이지만 사업이 급속히 성장해 2020년 70억엔(약 800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몇 년 후면 '생활110' 하나로 집 안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자신했다.

전통적으로 대기업과 공무원 등 취업을 중시해온 일본 사회가 확 바뀌고 있다. 도전정신을 강조하며 '벤처 국가'로 거듭나고 있다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아베 신조 정부가 벤처 지원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체계적 지원에 나서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이 삶의 방식에 취업 외에도 창업이라는 다른 옵션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특히 도쿄대를 중심으로 한 대학가와 게이단렌 등 경제단체, 대기업들이 함께 벤처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스타트업을 키워 스케일업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인수·합병(M&A)을 통한 회수 시장도 적극 발전시키고 있다.

일본 사회 변신은 2016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베 신조 총리는 경제단체장, 기업 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미래 투자를 위한 민·관 대화'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로봇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해 교육개혁 등 정부 정책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경제산업성은 이를 토대로 '벤처 챌린지 2020' 정책을 발표하고,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벤처 정책을 '일본 경제재생본부'에서 총괄하도록 했다.

'벤처 챌린지 2020'의 계획은 원대하다. 현재 4.5%인 일본 창업률(창업/기업 수)을 2022년까지 미국 수준(9.3%)으로 높이고, 벤처캐피털 투자액도 2배 확대한다. 궁극적으로 벤처 창업을 통해 500조엔대인 일본의 명목국내총생산(GDP)을 600조엔으로 끌어올리는 추진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민·관 대화 당시 눈길을 확 사로잡는 사건도 있었다. 아베 총리 옆에는 청년 창업의 롤모델로 꼽히는 바이오벤처 '스파이바(Spiber)'의 세키야마 가즈히데 사장이 앉았다. 스파이바는 일본 정부의 벤처 지원 사업으로 성공한 대표적 벤처기업이다. 그는 게이오대 박사과정에서 철보다 4배 강하고 나일론보다 유연한 인공섬유를 연구했다. 2007년 게이오대 동료들과 '스파이바'를 설립하고, 2013년 단백질로 만든 인공섬유 'QMONOS(쿠모노스)'를 개발했다. 세키야마 사장은 홈페이지에 회사 존재 이유를 '인류를 위해서'라고 당당히 적어 놓았다.

경영컨설팅업체 가온파트너스의 김기홍 대표는 "스케일업으로 성장한 일본 벤처기업은 사업목표를 아주 구체적으로 잡고 있으며 단지 조그마한 수익성이 있다고 해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지 않는 꼼꼼한 경영스타일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획취재팀 : 나고야 = 서찬동 팀장(차장) / 서울 = 신수현 기자 / 예루살렘 = 이영욱 기자 / 싱가포르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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