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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모 아니면 도` 트럼프…美내부선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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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운명의 봄' / 北美정상회담 3가지 우려 ◆

매일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까지 하겠다고 선언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한반도 평화는 물론 세계사적으로 큰 획을 긋는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실무진의 철저한 검증과 협상 끝에 만들어진 결정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결단을 내리며 처음으로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되는 회담이어서 미국 조야의 시선에 불안감이 상당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만남에서 비핵화를 위한 큰 진전이 이뤄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노벨평화상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한반도 평화 정착에 큰 디딤돌이 마련되는 것은 물론이고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역학관계에도 변화가 기대된다. 문제는 실패했을 때 그 파장이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을 놓고 '승부수' 또는 '도박'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아무런 성과 없이 사진만 찍는 이벤트로 전락한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국제질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위상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이후에 추가 북·미 대화 가능성이 더욱 줄어드는 것은 물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더욱 가속화할 수도 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한 정상 국가로 위상을 굳히게 되고 핵·미사일을 개발할 시간만 벌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적으로는 자신이 비난했던 역대 대통령들과 같은 평가를 받으며 이후 정치적 행보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대화 수용이 불안한 또 다른 현실적 이유는 트럼프 정부에 북한과 협상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불과 2개월여 후에 이뤄지는 북·미 대화를 준비하려면 전문가의 필요성은 더욱 크다.

북·미 회담 성사를 예상할 수 없었던 시기에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 낙마에 이어 조지프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은퇴했다. 윤 전 대표는 특히 직접 평양에 들어가 북한에 억류됐던 오토 웜비어를 석방시킨 경험자다.

이에 비해 북한은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 수십 년간 미국과 협상한 경험이 풍부한 대미 전문가들이 포진해 대조적이다.

북한과 비공식 대화를 이어온 수전 디매지오 뉴아메리카재단 선임연구원은 지난 10일 (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기고에서 "현 상황에서 최대 난제는 트럼프 행정부에 북한을 다뤄본 경험이 있는 인사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진공상태는 미국에 심각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백악관은 북한과 협상한다는 게 뭔지 알기 위해 경험 있는 외부 전문가를 수혈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워싱턴 정가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인 북·미 회담 수용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순수한 의도보다는 자신에게 제기되고 있는 다양한 의혹을 덮고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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