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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카스트로형제 60년 통치 끝…50代 `록마니아` 쿠바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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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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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를 지난 59년간 철권통치해온 '카스트로 형제' 시대가 다음달 막을 내린다. 쿠바는 북한 다음으로 권력 세습을 통해 사회주의 국가를 유지해 온 나라여서 이들의 퇴장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카스트로 형제 집권기에 쿠바는 미국의 대대적인 경제 봉쇄 정책에도 사회주의 국가를 지탱해왔다는 내부의 긍정적 평가와 함께, 대규모 보트피플을 양산한 대표 국가로 인권 탄압에 대한 세계 비판이 공존했다. 카스트로 형제 집권이 막을 내리면 이후 이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59년의 세습 지도력 공백으로 인해 새로운 시대 좌표 설정을 놓고 혼란이 예상된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쿠바에서는 지도자를 선출하기 위한 전국인민권력회 선거를 실시했다. 이번 선거는 다음달 19일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86) 후임자를 선출하기 위한 핵심 절차다. 쿠바는 시의회 등 추천을 거쳐 사전 지명된 전국인민권력회의 예비 후보 605명을 인준한다. 일당독재 체제에서 예비 후보자 중 548명은 공산당원이며 나머지는 공산당 등 국가위원회가 사전에 검증을 마친 인사들이어서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 국가 지도자는 이들 가운데 선출하는 간접선거다. 전국인민권력회는 다음달 첫 회기에서 국가평의회 의원 31명과 국가평의회 의원 중 대통령직을 겸하는 국가평의회 의장을 선출한다. 2006년 건강상 이유로 국가평의회 의장 직에서 물러난 형 피델 카스트로 전 의장 뒤를 이은 라울 의장 후임자로는 미겔 디아스카넬 국가평의회 부의장(57)이 낙점됐다. 이는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약 60년간 이어진 카스트로 형제 통치 시대가 저물고 비(非)혁명 세대로의 정권 이양을 의미한다.

혁명 이듬해인 1960년에 태어난 그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 쿠바 혁명군 복무, 공산당 입당을 거쳐 비야클라라주당 위원회 1서기를 맡았다. 2003년 최연소 공산당 정치국 위원, 2009년 고등교육부 장관에 이어 2012년 국가평의회 부의장까지 지냈다. 영국 가디언은 "강압적인 공산당 위계질서 속에서 카스트로 형제의 후계자 야욕을 드러낸 야심가들이 숙청된 반면 디아스카넬은 조용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왔다"고 평가했다.

디아스카넬 부의장은 혁명 후 세대인 만큼 로큰롤을 좋아하고 비틀스 팬으로 쿠바 인터넷 접속환경 개선 추진, 동성애자 권리 옹호 등 공산당 지도부보다는 개방적이고 실용주의적인 성향을 보여왔다.

카스트로 형제의 60년 통치가 저물어감에 따라 이들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먼저 이번에 북한과 달리 가문의 권력 세습을 끊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는다. 피델의 아들은 지난달 우울증으로 사망했고, 라울의 아들은 국회의원에 선출되지 못했으며 딸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가문 세습을 강행할 수 있었지만 '평화적 정권 이양'을 택하며 자국 내 민주주주의 원리가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카스트로 형제는 쿠바 의료기술과 시스템을 한 단계 높였다고 평가받는다. 피델 전 의장은 의사 출신인 '혁명 동지' 체 게바라에게 영향을 받아 무상의료·교육 기조를 유지했다. 질 높은 교육을 받고 자란 학생 사이에서 양성된 쿠바 의료진은 베네수엘라는 물론 미국에서도 톱클래스에 위치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 봉쇄 정책 속에서도 농업 개혁 등을 통해 국가 경제를 떠받쳤다는 점도 후한 점수를 받는다.

반면 부유층과 중산층을 극한에 몰아넣어 이들이 미국 플로리다 난민으로 전락하는 등 대규모 '보트피플'을 양산했다는 비판도 많다. 만인이 평등하다는 사회주의 혁명을 내세웠지만 권좌에 오른 뒤 권위주의적 관료 체제를 고수했다. 복수정당제를 거부했고 모든 보도 매체를 정부가 통제했다.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이유다.

이제 공은 디아스카넬 부의장에게 넘어갔다. '개혁파'인 그가 공산당 압력을 얼마나 잘 이겨낼 수 있는지에 따라 쿠바 앞날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라울 의장이 다음달 물러나도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산당 1서기직을 2021년까지 유지할 예정이라 운신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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