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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현대차 체코공장 노사相生의 힘…생산성 GM군산의 4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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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서 4시간…노쇼비체 르포

매일경제

체코 노쇼비체에 위치한 현대차 체코공장에서 현지 생산직 직원들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투싼 생산라인에서 작업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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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4시간가량 떨어진 오스트라바. 지난 9일(현지시간) 오스트라바역에서 만난 현지 주민들은 '현대'라는 말에 엄지손가락부터 치켜세운다. 이들은 하나같이 "현대차는 우리 지역의 자랑"이라며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들이 현대차를 '토종 기업'처럼 반기는 이유는 인근 작은 소도시 노쇼비체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이 지역 경제 '부활'의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09년 체코 노쇼비체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자동차 35만대(지난해 기준)를 생산하는 공장을 준공했다. 신형 i30, ix20, 투싼 등 현지 전략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2009년 이후 현재까지 누적 생산 250만여 대를 기록한 현대차의 대표적인 유럽 공략 거점이다.

이날 매일경제가 찾아간 현대차 체코공장은 흡사 연구소 같은 모습이었다. 198만㎡(약 60만평)에 달하는 공장 용지가 깔끔하게 정리돼 있고 공장 내부 역시 먼지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직원들은 이방인의 방문에 눈길 한 번 건네지 않고 작업에 몰두했다. 생산 공정에 투입하는 인원을 최소화해 근로의 몰입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체코 공장의 높은 생산효율성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현대차에 따르면 체코 공장이 차량 한 대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나타내는 지표인 대당생산시간은 13.9시간에 불과하다. 폐쇄 조치로 홍역을 앓고 있는 한국GM 군산공장의 59.31시간(2016년 기준)에 비해 약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자리 비움·휴대폰 사용 등 국내 완성차 공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근무태만'은 체코 공장에서는 딴 세상 이야기다.

체코 공장의 성과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체코 공장 생산량은 2014년 30만7450대에서 지난해 35만6700대로 10% 이상 늘어났다. 법인세 납부는 체코 국민차 '스코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높은 생산성의 비결은 무엇보다 안정적인 노사 관계에서 비롯됐다. 노조는 생산성을 훨씬 상회하는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하고, 회사는 복지 향상·임직원 건강 지원 등을 살뜰히 챙긴다. 지난해에는 노사 합의로 매년 진행하는 임금 협상을 2년 주기로 바꿨고, 단체협약 협상은 2년 주기에서 4년으로 미뤘다. 장기간의 임금 협상으로 인한 소모적인 논쟁을 자제하고 생산성을 늘리자는 취지다. 한국GM 노조가 지난해 회사의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임금 인상 폭에 불만을 제기하며 약 9개월간 교섭을 진행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양동환 체코공장 법인장은 "공장 설립 10년 동안 단 한 차례도 파업이 일어나지 않는 대기록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현지 공장 노조가 회사와 합리적으로 대화에 나서는 이유는 이들이 누구보다 지역 경제를 살리는 주체가 '기업'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수도 프라하에 이어 체코 제2 도시인 오스트라바는 20년 전만 해도 전쟁으로 인한 폐허 같은 모습이었다. 주력 산업이던 철강·탄광산업이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지역 경제가 바닥을 쳤기 때문이다. 철강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실업자는 넘쳐났고, 치안은 점점 나빠져 갔다.

불황의 늪에서 탈출 돌파구를 마련한 곳이 현대차 체코공장이다. 공장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스투흘릭 토마쉬 씨는 "현대차는 이 지역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우수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면서 "지역 모든 사람이 이곳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회사는 높아지는 생산성만큼 늘어난 이익을 근로자의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사용했다. 선순환 구조를 마련한 셈이다. 체코 공장은 육체노동을 하는 생산직 근로자들의 건강 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약 11억원을 투자해 건강증진재활센터를 설립했다. 현지 공장 근로자들은 이곳에서 종합 건강관리를 지원받고,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에서 해외 생산시설에 이 같은 재활센터를 마련한 것은 체코 공장이 처음이다.

[노쇼비체(체코)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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