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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10대되면 뇌신경세포 성장 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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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를 넘기면 뇌 신경세포가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논란을 키우고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에서 꾸준히 신경세포가 만들어진다는 그동안의 통설을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연구진은 기증받은 37명의 뇌를 가지고 해마를 분석한 결과, 태아와 어린아이에게서만 새로운 신경세포(뉴런)가 발견될 뿐 13세 이후 해마에서는 이 같은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최신호를 통해 공개했다. 연구진이 22명의 뇌전증 환자로부터 받은 해마 샘플을 분석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연구진은 태아부터 77세 고령 나이대의 59명에게서 5년간 뇌 조직 샘플을 수집했다. 샘플 분석을 통해 연구진은 사람이 태어났을 때 해마에 있는 가로세로 1㎜ 크기 조직 안에 평균 1618개의 젊은 신경세포가 존재함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 신경세포는 새로운 신경세포줄기를 만들지 못했고 7세가 되면 그 수가 23분의 1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10대 초반이 되면 해마에서 젊은 뉴런 생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새로운 신경세포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나이는 37명의 샘플에서는 13세, 22명의 샘플에서는 11세가 마지막이었다.

오스트리아 파라셀수스의대의 루트비히 아이그너 교수는 네이처와 인터뷰하면서 "이 논문 내용이 맞는다면 과학자뿐 아니라 뇌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그동안 과학자들은 뇌 신경세포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능력을 이용해 퇴행성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년 동안 과학자들은 사람을 비롯한 동물이 나이 들어감에 따라 그 수는 줄겠지만 꾸준히 뇌에서 신경세포가 만들어진다고 추정했다. 1998년 한 조사에서 성인이라 할지라도 해마에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성되고 있다는 증거가 발견됐고 이후 비슷한 논문이 꾸준히 발표됐기 때문이다. 최영식 한국뇌연구원 뇌질환연구부장은 "1990년대 이전엔 뇌 신경세포는 한 번 만들어지면 새롭게 생성되지 않는다고 알려져왔는데 1990년대 많은 논문이 이 가설을 뒤집었다"며 "그런데 이번 논문은 20년간 주류로 부상했던 학설이 다시 잘못됐음을 의미하는 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논문 결과대로 13세 이전에 뇌 해마 신경세포 생성이 마무리된다면 좀 더 어렸을 때 더 많은 학습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뇌 신경세포 생성과 학습 간 상관관계는 크지 않다고 분석한다.

최 부장은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어렸을 때 많은 공부, 암기 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잘못된 생각"이라며 "13세 이전에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거나, 나이가 들어서 공부하는 것이 필요없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논문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연구진이 조사한 샘플은 환자가 사망한 지 48시간 이내에 채취돼 분석용으로 보관돼 왔는데 그 과정에서 갓 생성된 젊은 뉴런이 부패할 수도 있다고 지적된다. 또 대부분 뇌전증 환자에게서 기증받은 뇌를 사용한 만큼 사망 직전 극도의 스트레스나 우울증 등을 앓으면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형성되지 않았을 개연성도 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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