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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영화계 여성, 3명 가운데 2명 성폭력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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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영화인 11.3% 원하지 않는 성관계 요구받아

아시아경제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소개 및 활동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임순례 센터장이 인사말하고 있다. 왼쪽은 심재명 센터장. [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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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국내 영화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3명 가운데 2명은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여성영화인모임은 1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2017년 7∼9월 배우와 작가·스태프 등 영화계 종사자 749명(여성 467명, 남성 26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성폭력·성희롱 피해 경험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46.1%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여성 응답자는 61.5%, 남성은 17.2%였다. 연령대별로는 30대의 48.3%가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20대(45.9%), 40대(43.1%) 순이었다. 직군별로는 작가(65.4%)가 성폭력·성희롱에 가장 많이 노출됐다. 배우(61.0%), 연출(51.7%), 제작(50.0%) 순으로 피해 경험이 많았다. 비정규직은 50.6%가 성폭력·성희롱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반면 정규직은 29.9%에 그쳤다.

특히 여성 영화인의 11.3%는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요구받았다고 답했다.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베드신·노출신을 강요받는 등 촬영 중 일어난 성폭력도 4.1%로 집계됐다. 가해자 성별은 남성이 71.6%로 여성(5.2%)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여성 피해자를 상대로 한 성폭력 가해자는 76.7%가 남성이었다. 남성이 당한 성폭력의 가해자 역시 남성(43.5%)이 여성(39.1%)보다 많았다.

더 큰 문제는 불신이었다. 응답자의 76.0%는 성폭력·성희롱 사건이 적절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영화계 내 성폭력 사건처리 절차에 대한 불신은 남성(58.8%)보다 여성(86.5%)이 더 컸다. 가장 큰 이유로는 66.7%가 '인맥·소문이 중요한 조직문화'를 꼽았다. '문제 제기하기 어려운 권위적·위계적 분위기' 때문이라는 응답자는 57.7%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배우 문소리는 "가해자나 피해자, 방관자였거나 암묵적 동조자였음을 영화인 전체가 인정해야 한다"며 "몇몇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계) 전체의 문제임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되돌아보는 시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영진위와 여성영화인모임은 지난 1일 개소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의 사업에 적극 협력하기로 MOU(업무협약)를 맺었다. 든든은 영화계 성폭력·성희롱을 근절하고 피해자를 돕기 위한 상설기구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와 임순례 감독이 공동 센터장을 맡았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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