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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조기숙 "일회적 성추행 폭로는 미투 아냐…사이비미투 오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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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글 올려 “일회성 성추행 폭로는 ‘미투’ 아닌 ‘미 온리’” 주장
“무차별적 사생활 폭로는 정치 시궁창에 처박는 일”
“민병두·정봉주 등 여권 인사 성추행 의혹 논란에 입장 밝힌 듯” 해석도 나와
‘정치적 자살’ 밝혔던 입장 뒤집으며 “나의 천부인권” 해명

조선일보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미투 운동’과 관련, “모처럼 피해자 여성의 용기 있는 폭로가 사이비 미투에 의해 오염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은 미투를 오염시키는 언론을 경계할 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미투는 공인의 성적 추문이나 사생활을 폭로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조 교수는 “미국에서 미투 운동은 위력과 위계에 의한 반복적이고 상습적인 성폭행을 폭로하는 데에서 시작됐다. 상대의 권력이 너무 커 조용히 법적으로 해서는 이길 수 없기에 다수의 여성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실명공개로 한 남성의 추행을 연대 고발함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하고 여론재판을 하게 된 것”이라며 “법치국가에서 여론재판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이런 특별한 경우에 한해 효력을 발휘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한 남성과 여성 사이의 일회적인 성추행(으로 느꼈던 행위), 그것도 당시 권력이 없는 사람의 미수 행위, 여러 여성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던 것이 아니라 한 여성이 한 번 경험한 것은 미투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 Me only(미 온리)일 뿐”이라며 “게다가 익명에 기대 증거나 논리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사생활을 폭로하는 건 정치를 시궁창에 처박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성추문 사례를 거론했다. 조 교수는 “미국 경제를 역대 최고의 호황으로 이끈 클린턴은 사생활이 도덕적이어서 훌륭한 대통령이었나?”라고 했다.

조 교수는 “위계와 위력에 의한 상습적 성범행만이 폭로에 의해 국민적 공감을 얻는 미투로 자리 잡을 수 있다”라며 “일부 언론은 미투와 사이비 미투를 구분할 능력도 가지고 있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에 대한 지속적 감시와 비판이 없으면 미투운동도 결국은 사이비미투로 오염되면서 사그라들까 두렵다.!”고 글을 마쳤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 등 여권 인사를 겨냥한 ‘과거 성추행 의혹 보도’가 잇따르며 진실 공방이 벌어지자 조 교수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조 교수는 지난해 12월 말 "앞으로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 논란을 예상한 듯 “내가 완전히 침묵하겠다고 한 적도 없거니와 설령 내가 정치적 발언을 한다 해도 그건 누구도 참견할 수 없는 나의 천부인권”이라고 해명했다.

조 교수는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당시 중국 경호원들의 한국 사진기자 집단폭행 사건과 관련, "중국 경호원의 정당방위가 아닐까"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빚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글을 올려 “언론의 집단 왜곡 보도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치공세로 악용되는 걸 막기 위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시민으로서의 죽음을 택하기로 결정했다”며 “내가 정치적 발언을 계속하는 한 우리 언론은 왜곡보도를 통해 문 대통령 흠집 내기를 지속할 것이므로 내가 시민으로서 자살을 택함으로써 끔찍한 인권침해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치공세를 막기로 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조기숙 교수 페이스북 캡처.


[최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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