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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신고도 어렵고, 구제도 쉽지 않은 직장 내 성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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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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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최근 사회적으로 성폭력이 큰 문제가 되면서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고센터 개설과 같은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신고 창구가 정부부처 여러 곳으로 나뉘어 있고 대상도 제한돼 있어 범정부 차원의 신고센터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담당 공무원 숫자가 크게 부족한 것은 물론 전문성도 부족해 관련 예산과 인력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고용노동부는 홈페이지 내에 직장 내 성희롱 익명 신고창구를 지난 8일부터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익명 신고만으로도 해당 기업에 행정지도에 착수하고 피해자의 신분 노출 없이 소속 사업장에 대한 지도 감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용노동부 신고창구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일반 기업에 다니는 근로자에 국한된다. 남녀고용평등법의 직장 내 성희롱은 사업주와 근로자, 근로자와 근로자 사이의 고용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므로 일반인간, 공무원간, 교사와 학생간의 행위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고용부의 설명이다.

일반인이나 공무원은 고용노동부의 성희롱 신고 창구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반인의 경우에는 성폭력을 당해도 고용노동부나 여성가족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고 국가인권위원회를 이용하거나 경찰 등에 직접신고하는 방법을 이용해야 한다.

또한 공무원들은 여성가족부가 지난 8일 만든 '공공부문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내 설치된 신고센터는 오는 6월15일까지 100일 동안만 운영되는 한시적인 기구다. 또한 센터에 신고해도 국가인권위원회나 감사원, 소속기관 등에 사건에 대한 조치를 요청하는 등 센터가 직접적인 관리감독 기능이 없는 한계도 있다.

막상 신고를 해도 구제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담당 공무원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도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나온다. 여성노동자회는 성명을 내고 "단 47명의 근로감독관이 약 400만개 업체의 성희롱 사건을 포함한 성차별, 모성권 등 남녀고용평등 업무를 감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성평등 근로감독관을 대폭 확충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현재 성희롱 관련 소관 업무가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 국가인권위원회 등으로 나뉘어 있어 유기적이고 효과적으로 수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따라서 공공 및 민간 부문 모두를 포괄하는 범정부 차원의 성희롱, 성폭력 대응체계(기구)를 마련하여 체계적인 대책 수립과 집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폭력을 신고해도 막상 구제받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결과도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성희롱 현황자료’를 분석해보니, 2013년부터 지난 1월까지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신고는 모두 2734건이었으며 그중 시정완료는 11%인 307건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시정완료는 회사가 성희롱 가해자를 다른 부서로 발령하는 등 징계조치를 내리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한 경우다.

성희롱을 신고해도 실체 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미미했다. 해당 기간 동안 고용부가 접수해 재판까지 넘어간 14건으로 전체의 0.5%에 불과했다. 성희롱이 발생한 사업장의 사업주에게 과태료가 부과되는 경우도 359건으로 전체 접수사건 대비 13.1% 밖에 되지 않았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을 구제해주기 위해 만든 명예고용평등감독관 제도도 있으나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강 의원은 "이 감독관들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교육도 없고 활동 관리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미투 운동에 대해 신고시스템 강화, 전담근로감독관 배치 같은 대응책을 발표하고 있으나 정작 직장 내 구제수단에 대한 논의는 놓치고 있다"고 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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