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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 레바논 유엔군 기지에 탱크 강제 진입…네타냐후 "철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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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탱크가 13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에 주둔하는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의 부대 정문을 부수고 강제진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레바논 주둔 UNIFIL의 철수를 요구했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UNIFIL에 대한 모든 공격은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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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FIL은 이날 오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군(IDF) 메르카바 전차 두 대가 라미야 지역 기지의 정문을 파괴하고 강제로 들어왔다"며 "충격적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및 국제법) 위반에 대해 이스라엘군에 해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번 강제진입으로 UNIFIL 내 부상자는 없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이 유엔기지에 진입함에 따라 중립적 지위가 훼손됐다고 UNIFIL은 비판했다.

이스라엘군 탱크는 이날 강제진입 후 기지의 소등을 거듭 요구했고, UNIFIL이 항의를 제기하자 45분 후 떠났다. 이후에도 기지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에서 여러 발의 발포가 확인되면서 연기가 발생, UNIFIL 대원 15명이 피부 자극 및 위장 문제로 치료를 받는 피해가 이어졌다. UNIFIL은 전날에도 이스라엘군 부대가 별도 지역에서 물류를 이동시키던 군인들을 막았다고도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이 최근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상대로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최소 5명의 UNIFIL 대원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

같은 날 오후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메르카바 전차가 부상을 당한 군인 25명을 대피시키려다 실수로 UNIFIL 기지로 후진한 것이라고 밝혔다. 군 대변인은 이번 사태가 "습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이스라엘에서는 1만명 규모인 레바논 주둔 UNIFIL의 철수를 요구하는 공개적인 목소리가 잇따랐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영상 성명을 통해 "헤즈볼라의 거점과 전투지역에서 그들(UNIFIL)은 철수할 때가 됐다"며 "우리는 이를 반복적으로 요청했으나 반복적으로 거부당했다. 이는 헤즈볼라 테러리스트에게 '인간 방패'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상전 초기 부상을 입은 UNIFIL 대원들을 언급하며 "UNIFIL 대원에게 가해진 피해를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그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이를 보장하는 가장 간단하고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들을 위험지대에서 철수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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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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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FIL은 결코 철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UNIFIL은 모두 그 위치에 남아있으며 유엔 깃발은 계속 휘날리고 있다"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UNIFIL 대원과 기지는 결코 표적이 돼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UNIFIL에 대한 공격은 국제법 위반이며 전쟁범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유엔군은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하라는 이스라엘군의 요구를 거부하며, 유엔 안보리가 주둔을 의무화했다고 언급했다"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철수를 요구한 당사자인 구테흐스 총장은 UNIFIL에 대한 권한이 없다고 보도했다.

UNIFIL은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쟁 직후 유엔이 설정한 이른바 '블루라인'에 주둔하고 있다. 최근 UNIFIL을 겨냥한 반복적인 공격이 확인되자 UNIFIL에 자국군을 파병한 세계 40개국은 전날 공동성명에서 "역내 긴장 고조 상황을 고려할 때 UNIFIL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며 "UNIFIL에 대한 최근 일련의 공격을 강하게 규탄하며 적절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UNIFIL의 주요 파병국인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이날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화통화로 UNIFIL에 대한 공격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각각 전쟁을 이어가며 전선을 확대한 가운데 벌어졌다. 이스라엘군은 이날도 레바논 남부의 20개 이상 마을 주민에게 아왈리강 북쪽으로 대피할 것을 촉구했다. 레바논 보건당국에 따르면 헤즈볼라가 하마스를 도와 이스라엘 북부에 대한 로켓 공격을 개시한 작년 10월8일 이후 레바논에서는 총 2255명이 사망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양측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된 지난달 23일 이후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같은 기간 가자지구에서도 4만2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숨졌다고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집계했다.

이날도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에 위치한 약 200개 표적을 공격했다. 레바논 역시 이스라엘을 향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 빈야미나 인근에서는 헤즈볼라의 드론 공격으로 67명이 부상을 입었다. 헤즈볼라는 성명에서 "이스라엘 북부 빈야미나 마을의 골라니 여단 부대를 드론으로 공격했다"며 "22명이 숨진 지난 10일 이스라엘군의 베이루트 공습에 대한 보복"이라고 했다. 또한 헤즈볼라는 앞서 사망한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음성녹음파일도 이날 공개했다. 해당 파일에서 나스랄라는 "우리는 당신이 당신의 국민, 가족, 국가, 가치와 존엄성을 지키고, 이 신성하고 축복받은 땅과 국민을 지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달 초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해 이스라엘이 재보복을 선언하면서 확전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이란의 추가 공격에 대비해 이스라엘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포대 및 미군의 관련 병력을 추가로 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번 조치는 이란의 추가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을 방어하고 이스라엘 내 미국인을 보호하겠다는 미국의 철통같은 의지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에 기록적인 양의 무기를 전달했다. 또 이스라엘에서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군대를 배치함으로써 장병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면서 "이란의 국민과 국익을 방어하는 데 '레드라인'은 없다"고 경고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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