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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사달 난 ‘안희정 사단’…지역 정가·충남도청 도미노 식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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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수현 충남도지사 예비후보가 12일 충남도청 브리핑실에서 6·13 지방선거 선거운동 재개 의지를 밝히고 있다. 박수현 캠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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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내포) 정일웅 기자] ‘여비서 성폭행 의혹’이 안희정 사단과 충남도정에 미치는 후폭풍이 거세다.

소위 안희정의 사람들은 지난 5일 김지은 충남도지사 정무비서의 성폭행 주장이 나온 후 곧장 안희정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하지만 도미노 식으로 이어진 후폭풍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인지 않는다.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정치인으론 박수현(54·전 청와대 대변인) 충남도지사 예비후보가 꼽힌다.

박 예비후보는 ‘여비서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직후 선거운동 잠정 중단과 재개를 이어갔다. 우선 그는 5일 페이스북을 통해 6·13 선거운동 중단 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당시 그는 “안희정 (전) 지사의 친구이기에 더욱 고통스럽다”며 “어떻게 하면 충남도민께 사죄드릴 수 있을지 성찰하고 그러한 내용과 방법에 관한 결심이 생길 때 말씀을 올리겠다”고 선거전에서 한 발짝 물러났다.

또 6일 박 예비후보의 캠프에선 천안 시내 선거사무실 외벽에 설치됐던 안 전 지사의 사진과 본인 사진 등이 담긴 현수막 5장도 철거했다. 이는 캠프가 성폭행 의혹 제기 후 즉각적으로 안희정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돌게 된 배경이 됐다.

하지만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에 납죽 엎드린 박 예비후보에게 생각지 않은 복병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박 예비후보가 과거에 내연녀를 공주시 기초의원 비례대표로 공천했다는 더불어민주당 당원 오영환 씨의 주장이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급기야 박 예비후보 측과 오영환 씨 측의 진흙탕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안 전 지사의 흔적 지우기에 나선 시점에 때 맞춰 나온 ‘내연녀’ 추문은 향후 박 예비후보의 발목을 잡는 듯했지만 12일 그는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운동 재개를 공언, 중도하차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 예비후보는 “개인사를 가공해 흑색선전하는 것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내연녀 공천 의혹’에 배수의 진을 쳤다. 이는 자신의 친구인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과 관련해 불편함은 갖지만 이를 정면 돌파해 나가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안 전 충남도지사의 ‘여비서 성폭행 의혹’에 대한 입장정리가 선거운동 재개로 정해졌다는 의미다.

반면 허승욱(51) 전 충남도 정무지사는 지난 9일 충남 천안갑 국회의원 재선거(자유한국당 박찬우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 출마를 포기해 박 예비후보와 대비를 이룬다. 지난 2014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3년 6개월간 정무부지사로 활동한 허 전 정무지사는 이 기간 도정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3농 혁신’을 주도하며 안 전 지사의 최측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안희정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국회의원 배지에 도전하고자 했지만 정작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으로 꿈을 접었다는 후문이다.

허 전 정무지사의 선거캠프 관계자는 “안희정 쇼크(성폭행 파문)에 부담을 느끼고 고심 끝에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를 포기한 것으로 안다”고 씁쓸해 했다.

안 전 지사의 ‘여비서 성폭행 의혹’에 충남도청 역시 롤러코스터 식의 파장을 겪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안 전 지사의 주가가 한껏 오르며 ‘안희정 프리미엄’을 경험했던 충남이 이제는 ‘안희정 쇼크’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일례로 도는 올해 내년도 국비 예산확보 목표액을 전년대비 8.4% 증액한 6조3000억원으로 정했지만 현재는 ‘여비서 성폭행 의혹’이 국비 예산확보에 발목을 잡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도청의 한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는 해마다 국비 예산확보를 위해 정부부처를 돌아다니며 지역 현안 사업의 타당성을 어필, 읍소하는 일이 다반사”라며 “도는 한동안 안희정 프리미엄은 이 같은 과정에서 실무가 어깨를 펼 수 있게 했다. 안 전 지사가 차기 대통령으로까지 거론되는 상황을 반영, 정부부처에서도 암묵적으로나마 일종의 편의가 제공됐던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하지만 지금은 프리미엄을 기대하는 것은 고사하고 되레 ‘안희정 쇼크’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안 전 지사를 두고 도청 안팎이 술렁이는 현 시점에 누가 나서 자신 있게 업무를 추진하고 도울지 의문”이라고 위축된 도청 분위기를 대변했다.

그러면서 “도청에선 ‘검찰 조사가 시작됐으니 이제 됐다’, ‘안 전 지사는 잊자’, ‘(충남에 쏠린) 이제는 시선이 바깥으로 돌아서겠지’ 라는 둥의 말들이 서먹하게 오간다”며 “(안희정) 한 사람의 과오를 뒤로, 하루 빨리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는 바람이 오가는 말 속에 섞인 것”이라고 허탈해 했다.

내포=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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