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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북미 정상회담 '신중론'…"악마는 디테일에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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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칼럼 "올브라이트 실패에서 교훈얻어야"

번스 前차관 "회담 미루는 것도 고려해봐야"

뉴스1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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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윤경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제안한 정상회담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즉각 받아들이면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시간과 장소, 의제 조율이 잘 진행될 경우 성공적인 회담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이 솔솔 불거지는가 하면, 준비없는 회담이 되면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의 한 칼럼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의 방북 실패를 예로 들면서 신중론을 폈다.

엘리 레이크 칼럼니스트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지난 2000년 10월 방북했을 때 동행했었다면서 당시 방북을 실패로 평가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이크 칼럼니스트는 올브라이트 전 장관이 방북해 성대한 대접을 받고 능라도 5월1일 경기장에서 특별 공연을 관람했지만 이는 거의 전체주의 국가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정일 당시 정권을 칭송하는 것 일색이었고 1998년 최초 발사됐던 대포동 미사일을 묘사하는 장면도 있었다는 것. 올브라이트는 자서전에서 당시 김정일은 "이것이 우리가 최초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쏜 미사일"이라고 했다고 적었다. 그는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북한의 학교를 방문했을 때 아이들이 부른 노래 가사도 자신들이 자라서 행복한 나라를 위협하는 제국주의자들과 싸우겠다는 내용이었고,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방북 마무리도 마이클 조던의 사인이 담긴 농구공을 건네는 것일 뿐이었다면서 이 방북의 효용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여기서 받아야 할 교훈이라면 북한의 독재자와 협상을 하는데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솔직히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면서 다만 그는 (협상을 통해) 시간을 벌려는 것이라고 봤다.

블룸버그의 또다른 칼럼니스트 앨버트 R. 헌트 역시 비핵화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미간의 협상이 자칫 잘 안 되기라도 하면 두 나라가 전쟁을 불사하는 벼랑끝까지 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헌트 칼럼니스트는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광석화처럼 김 위원장의 회담 제안을 수락했지만 반드시 대안(backup plan)을 가지고 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되길 바라는 것이 전 세계의 염원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측에는 한국에 대한 전문가가 부족하고 김 위원장에 대해 아는 사람이 충분치 않다는 점도 우려했다. 그리고 회담이 제대로 안 될 경우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매우 신중하게 논의되던 '선제 타격'(preemptive strike)이 대비책이진 않겠느냐고 질의했다. 이 위협은 경제제재와 함께 김 위원장을 결국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헌트 칼럼니스트는 조 바이든의 전 외교고문이었던 스탠퍼드대학 국가안보 전문가 콜린 칼이 "그(김 위원장)가 이 시점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수락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그리고 북한의 비핵화 유도에 실패했던 전 정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니콜라스 번스 전 미 국무차관(현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 교수)도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실은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제안에 화답한 것은 물론 옳다면서도 "악마는 (회담의) 디테일에 있을 것"(The devil for Mr.Trump will be in the detail)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번스 전 차관은 김 위원장은 핵 프로그램을 체제에 대한 궁극적인 보장을 위해서만 쓸 것이지 이를 평화와 거래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꼭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아직 주한 미국 대사도 임명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한국과의 조율을 더 한 뒤로 회담을 미루는 것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도 조언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외교로 갑자기 돌아선 것은 도박이라고 보면서도 외교적인 방법을 택함으로써 (김 위원장에 의해) 아시아에 '대화재'(conflagration)가 나기 전에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대화 가능성을 살린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따라서 이 자체로도 회담은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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