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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홍기영칼럼] 무역전쟁 民·官·政 협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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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도미노 패가 결국 와르르 넘어지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1일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관세 폭탄’을 선언해 무역전쟁의 총성을 울렸다. EU는 미국산 오토바이 할리데이비슨, 위스키 버번, 청바지 리바이스 등에 보복관세를 검토한다. 중국도 콩·수수 등 미국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강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산 자동차에 세금을 물리겠다며 재보복 불사로 맞대응한다.

적과 우방이 따로 없는 냉혹한 국익 싸움이 전개된다. 미국의 통상압박이 동맹국으로 불똥이 튄다. ‘포지티브섬’ 게임인 호혜적 자유무역 질서가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모든 나라가 경제적 치명타를 입는다. 미국도 예외일 수 없다. 지난 1930년 농업보호를 내세워 미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세계 각국으로 관세전쟁이 확산돼 대공황은 더 악화했다. 극심한 경제난은 결국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는 강력한 무역적자 해결 수단을 동원한다.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수입제한조치를 취할 수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외국산 철강에 적용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갈등이 빚어진다. 트럼프는 재협상 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유리하게 개정하기 위해 관세 폭탄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또한 일본·호주 등의 주도로 창설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다시 복귀할 용의가 있다며 실리를 저울질한다.

“철강 관세 면제 혜택을 받아내자.” 해당 국가 정상들이 팔 걷고 나섰다. 강온 양면 작전을 총동원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반(反)보호무역 공동 전선’을 시도한다. 고노 다로 외상과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도 미국 측 설득에 나섰다. 중국은 시진핑 집권 2기 경제사령탑으로 유력한 류허 공산당 주임을 미국에 보냈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NAFTA 회원국 캐나다·멕시코만 관세 면제 혜택을 받았다.

‘수출 코리아’ 앞날에 암운이 드리운다. 동시다발 무역전쟁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에는 재앙이다. 미국은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취했다.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강관에도 관세 폭탄이 예고된다. 반도체, 휴대폰, 산업기계, 자동차, 섬유, 제약에 이르기까지 파고가 덮칠 가능성이 있다. 만에 하나 4월 미국이 중국과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환율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국가신용등급 강등도 우려된다. 미국 자본의 한국 증시 철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다. 한국만 집중타를 얻어맞는다. 한국을 겨냥한 수입 규제 건수는 미국이 2월 중 40건으로 전체 196건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중국을 타깃으로 삼은 미국 수입 규제에 한국이 덩달아 함께 노출된다. 한국 산업구조가 중국과 유사하고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 비중이 79%에 달하기 때문이다. 수출 품목 다각화와 경쟁력 강화, 지역 다변화가 절실하다. WTO 제소나 관세보복, 양허정지(기존 수입관세 인하·철폐 혜택 중지) 등 강경 대응은 자제해야 한다. 남의 등에 업혀가는 공동보조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과 미국은 국가 운명을 함께하는 혈맹관계다. 외교, 안보, 경제가 따로 돌아갈 수는 없다. 기업, 정부, 정치권은 소원해진 한미 양국 관계를 복원하는 데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미국 내 지한파, 재계의 통상 베테랑을 활용해 무역 마찰 해소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와튼스쿨 동문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대미 통상 특사로 보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미 협상에 나설 전문가를 확충하고 통상 조직을 확대 개편해 장기전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주간국장·경제학 박사 kyh@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9호 (2018.03.14~2018.03.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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