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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차장 칼럼]최흥식 원장, 자기성찰 부터 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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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1400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 영화 '신과함께'. 이 영화의 소재는 불교에서 나왔다. 죽은 자가 49일 간 저승에서 7개의 지옥 재판을 받는다. 최종 무죄로 판결이 나면 환생한다.

특이한 소재, 특수효과가 등장해 오락 영화 같지만 뭔가 묵직한 메세지를 던졌다. 바로 인생에 대한 참회와 성찰이다.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최소한 뒤돌아 보게 만든다.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기자도 최근 이 영화를 보고 같은 감정을 느꼈다. "내가 살면서 잘못한 점을 이제와 돌이킬 수 없지만 다신 하지 말자".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절 하나은행 채용에 지원한 친구 아들 이름을 은행 측에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해당 지원자는 입사 전형에 최종 합격해 서울의 한 영업점에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은 2012∼2014년 3년간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지냈다. 최 원장은 "외부로부터 채용과 관련한 연락이 와서 단순히 전달했을 뿐"이라며 "나머지는 인사부서에서 알아서 하고 나는 결과만 보고받았다"고 해명했다.

금감원도 즉각 반박했다. 의혹이 불거진 직후 해명자료를 통해 최 원장이 하나은행에 지원자 이름을 전달한 것은 단순히 '내부 추천'이었다고 설명했다. 점수 조작이나 기준 변경 등 구체적 불법행위가 없었기 때문에 채용비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다. 불과 지난 1월 상황과 똑같다. 의혹 당사자만 다를 뿐이다. 당시 금감원의 채용비리 조사로 별도 명단을 관리한 것으로 밝혀진 국민ㆍ하나은행은 VIP 채용 리스트 작성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특혜를 주기 위한 리스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추천자의 합격 여부 문의에 응대하기 위해 실무담당자가 정리한 내용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자 금감원은 이 명단이 '채용 특혜 리스트'라고 못 박았다. 최 원장도 논란이 확산되자 "금감원의 조사는 정확하다"며 확신을 드러낸 바 있다. 검찰 조사를 시작도 하기 전에 금감원과 최 원장이 특혜 리스트로 규정한 셈이다.

어쨌든 최 원장은 이번 의혹으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사실 규명을 위해 검찰 수사가 필요하지만 이미 그의 말에 이른바 '령(令)'이 서지 않게 않다. 금융권 채용비리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 자기 고백을 먼저 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 과거에 친구로 부터 부탁을 받았는데, 이것 조차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부끄럽다. 나 부터 조사를 받겠다. 문제가 있다면 책임지겠다. 전 금융권도 다 같이 조사를 받자. 그래야 금융권 관행이라는 채용비리 적폐를 청산할 수 있다". 최소한 금감원의 채용비리 조사 전에 이런 자기 성찰 정도는 내놨어야 한다. 그랬다면, 최원장은 지금 전 국민으로 부터 박수를 받고 있을 지 모른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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