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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투자조합, 코스닥기업 M&A에 악용된다?…'절세 목적부터 쿠션 의혹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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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주도로 결성된 투자조합이 코스닥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투자조합은 말 그대로 투자 목적으로 설립된 조합으로, 개인 2인 이상이 모여 설립할 수 있다. 최근 코스닥기업 인수 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곳 중 상당수가 소수로 구성된 투자조합이다.

이 중 일부는 큰손 개인투자자가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조합을 결성한 사례라서 눈에 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조합이 자산가들의 절세 목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지난해 투자조합으로 매각된 일부 제조업체는 대기업 2~3차 협력업체인데, 중국 기업에 매각되기 전에 기술 유출에 대한 문제 제기를 피하기 위해 일단 조합에 판 사례라는 의혹도 나온다. 이른바 투자조합을 ‘쿠션’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쿠션이란 당구에서 파생된 증권업계 은어로 다른 사람 명의를 이용해 주인을 감추는 경우나 잦은 계좌 이체로 자금의 원주인을 감추는 경우 등을 의미한다.

조선비즈

조선DB




◇ “내 이름 나오면 곤란…절세 효과도 톡톡” 자산가들의 조합 설립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S조합이 K사를, N조합이 L사를 인수하는 등 투자조합이 코스닥기업을 인수한 사례는 4~5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에는 2인으로 구성된 투자조합이 한 유명 코스닥기업을 인수한 사례도 있었다. 투자조합 2인 중 한명은 코스닥기업 여러개를 보유한 자산가다. 이 기업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본인을 드러내지 않고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조합을 활용한 사례”라고 했다.

지난 9일에도 최모씨 등 2인으로 구성된 투자조합이 코스닥기업의 전환사채(CB)에 투자했다. 이 코스닥기업은 셋톱박스업체 토필드(057880)다. 토필드는 트리아스1호투자조합을 대상으로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만기 3년에 이자율 3.0%, 전환가 2510원(9일 종가 2855원보다 12.0% 낮은 수준)의 조건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2인 조합의 경우 본인을 드러내지 않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절세 목적도 있다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개인이 직접 코스닥기업을 인수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경우 배당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배당소득세 때문에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부과 대상자가 되면 수익의 최대 38%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또 법인(페이퍼컴퍼니)을 세워 코스닥기업을 인수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조사를 거쳐 국세청이 추후 세금을 부과하는 경우가 있었다. 반면 투자조합은 법적으로 조합 해산 시에 최대 25%의 양도소득세만 내면 돼 세금 이슈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세무사는 “투자 활성화를 위한 조합 혜택이 개인의 절세 수단으로 변질된 셈”이라며 “일부 조합은 심지어 다른 1인이 명의만 빌려온 경우도 있는데, 사실상의 1인 조합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중국 재매각 염두에 두고 조합 설립했다는 쿠션 의혹까지

작년 한 투자조합이 코스닥기업을 인수한 사례 중에는 해당 코스닥기업의 기존 최대주주가 조합원으로 참여한 사례도 있었다. 즉 A씨가 B투자조합에 기업을 매각했는데, A씨가 B조합의 조합원으로 들어가 있던 셈이다.

증권업계에선 A씨가 중국기업에 회사를 매각할 생각인데 대기업 협력사여서 기술 유출 논란이 일어날 수 있어 일부러 투자조합을 거쳐 매각을 추진하려는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A씨 → B투자조합 → 중국기업’으로 설계해놓고 투자조합을 설립한 사례라는 것이다. 투자조합을 이른바 쿠션으로 활용한 셈이다.

A씨는 이런 소문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추측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출자한 조합에 회사를 매각할 경우 일부 지분은 현금화하고 기업에 대한 지배력도 유지할 수 있다”면서 “이후 중국 등 다른 기업에 회사를 재매각해도 기존 대주주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했다.



안재만 기자(hoonp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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