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 일부는 큰손 개인투자자가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조합을 결성한 사례라서 눈에 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조합이 자산가들의 절세 목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지난해 투자조합으로 매각된 일부 제조업체는 대기업 2~3차 협력업체인데, 중국 기업에 매각되기 전에 기술 유출에 대한 문제 제기를 피하기 위해 일단 조합에 판 사례라는 의혹도 나온다. 이른바 투자조합을 ‘쿠션’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쿠션이란 당구에서 파생된 증권업계 은어로 다른 사람 명의를 이용해 주인을 감추는 경우나 잦은 계좌 이체로 자금의 원주인을 감추는 경우 등을 의미한다.
조선DB |
◇ “내 이름 나오면 곤란…절세 효과도 톡톡” 자산가들의 조합 설립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S조합이 K사를, N조합이 L사를 인수하는 등 투자조합이 코스닥기업을 인수한 사례는 4~5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에는 2인으로 구성된 투자조합이 한 유명 코스닥기업을 인수한 사례도 있었다. 투자조합 2인 중 한명은 코스닥기업 여러개를 보유한 자산가다. 이 기업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본인을 드러내지 않고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조합을 활용한 사례”라고 했다.
지난 9일에도 최모씨 등 2인으로 구성된 투자조합이 코스닥기업의 전환사채(CB)에 투자했다. 이 코스닥기업은 셋톱박스업체 토필드(057880)다. 토필드는 트리아스1호투자조합을 대상으로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만기 3년에 이자율 3.0%, 전환가 2510원(9일 종가 2855원보다 12.0% 낮은 수준)의 조건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2인 조합의 경우 본인을 드러내지 않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절세 목적도 있다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개인이 직접 코스닥기업을 인수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경우 배당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배당소득세 때문에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부과 대상자가 되면 수익의 최대 38%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또 법인(페이퍼컴퍼니)을 세워 코스닥기업을 인수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조사를 거쳐 국세청이 추후 세금을 부과하는 경우가 있었다. 반면 투자조합은 법적으로 조합 해산 시에 최대 25%의 양도소득세만 내면 돼 세금 이슈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세무사는 “투자 활성화를 위한 조합 혜택이 개인의 절세 수단으로 변질된 셈”이라며 “일부 조합은 심지어 다른 1인이 명의만 빌려온 경우도 있는데, 사실상의 1인 조합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중국 재매각 염두에 두고 조합 설립했다는 쿠션 의혹까지
작년 한 투자조합이 코스닥기업을 인수한 사례 중에는 해당 코스닥기업의 기존 최대주주가 조합원으로 참여한 사례도 있었다. 즉 A씨가 B투자조합에 기업을 매각했는데, A씨가 B조합의 조합원으로 들어가 있던 셈이다.
증권업계에선 A씨가 중국기업에 회사를 매각할 생각인데 대기업 협력사여서 기술 유출 논란이 일어날 수 있어 일부러 투자조합을 거쳐 매각을 추진하려는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A씨 → B투자조합 → 중국기업’으로 설계해놓고 투자조합을 설립한 사례라는 것이다. 투자조합을 이른바 쿠션으로 활용한 셈이다.
A씨는 이런 소문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추측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출자한 조합에 회사를 매각할 경우 일부 지분은 현금화하고 기업에 대한 지배력도 유지할 수 있다”면서 “이후 중국 등 다른 기업에 회사를 재매각해도 기존 대주주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했다.
안재만 기자(hoonp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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