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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MT리포트]한국투자금융지주, 은행지주 중 가장 제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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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은행지주회사별로 차별적인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논란이 되고 있다. 회장의 힘을 빼라고 강하게 압박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제왕적인 지배구조에 대해 일언반구 말도 없이 용납하는 곳도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다른 의도를 갖고 특정 금융회사를 겨냥했다는 음모론도 제기된다. 금융위원회가 오는 15일 발표할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이 이런 의혹을 불식시킬지 주목된다. 금융회사별로 제각각인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봤다.

[누더기가 된 금융지배구조]<5>오너 부회장 막강 권한…사외이사 견제기능 유효한지 의구심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지분을 58% 보유한 대주주가 되면서 지난해 은행지주로 전환했지만 지배구조에 있어서는 다른 은행금융지주에 비해 상당히 ‘제왕적’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투자금융지주 다른 은행금융지주와 달리 대주주가 있는 오너 회사이고 카카오뱅크의 규모가 다른 은행에 비해 크게 작다는 점을 고려해도 은행의 공공성을 감안할 때 금융당국의 차별적 접근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계열사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우리은행 지분도 4% 보유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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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금융지주는 2016년 8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라 운영되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는 폐지했다.

임추위는 대표이사,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후보를 추천하는 역할을 하는데 오너인 김남구 부회장이 포함돼 있어 ‘셀프연임’이 가능하다. 김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과 경영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회장 없이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 사실상 회장이다. 은행금융지주 중 회장이 이사회 의장까지 겸임하는 곳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유일하다.

한국투자금융은 사내이사 비중도 다른 은행금융지주에 비해 과도하게 비해 과도하게 높아 사외이사의 견제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투자금융지주 이사회는 총 7명으로 구성되는데 사내이사가 3명이다. 특히 김 부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사내이사 2명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김주원 사장과 이강행 부사장으로 옛 동원증권에 입사해 김 부회장과 오랜기간 함께 일해온 김 부회장의 ‘복심’들이다.

반면 신한금융은 이사회가 12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사내이사는 조용병 회장 한 명뿐이고 계열사인 신한은행의 위성호 행장이 기타 비상무이사를 맡고 있을 뿐 나머지 10명은 모두 사외이사다. KB금융은 이사회 멤버가 9명인데 역시 사내이사는 윤종규 회장 한 명뿐이고 계열사인 KB국민은행 허인 행장이 기타 비상무이사로 있다. 하나금융은 오는 23일 정기 주주총회 이후 이사회가 9명으로 구성되고 기타 비상무이사 없이 김정태 회장만 사내이사로 참여한다.

이에대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다른 은행금융지주와 달리 오너 체제인데다 카카오뱅크의 자산 규모가 크지 않아 특수성을 인정받았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동원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할 때 금융계열사를 분리하면서 탄생했고 김 부회장의 지분율은 2005년부터 10년 이상 20%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이를 감안해도 은행이 당국의 라이선스를 받아 자금 수신기능을 갖는 특혜를 누린다는 점과 은행시스템의 위험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오너 CEO(최고경영자)로의 권력 쏠림을 막기 위한 조치가 다른 은행금융지주와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투자은행(IB)의 지배구조는 어디까지 들여다볼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해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여전히 은행금융지주라기보다 증권금융지주로 보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안에 금융회사 지배구조 점검에 나설 계획으로 한국투자금융지주도 여기에 포함될 것”이라며 “법규에 따라 이행하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는 아니지만 은행법에 따라 규제를 받는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최고경영자(CEO)가 임원후보추천 과정에 참여한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이사회 의장과 임추위 위원을 맡고 있다. 이용우·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임추위를 비롯해 운영위원회, 위험관리위원회에도 포함돼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임추위 역시 한국투자금융지주와 마찬가지로 대표이사, 감사위원,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셀프연임’ 논란과 직결될 수 있다. 다만 국민연금이 대주주이고 외국인 주주 지분비율이 70% 내외로 높은 KB금융이나 하나금융과는 달리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자주처럼 핵심주주가 있다는 점이 다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임원이나 사외이사 추천은 주요주주 협의하에 골고루 반영하고 있고 내부 추천권은 없다”며 “대형 금융지주사들과 지분 소유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 CEO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행사될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배구조 점검 계획은 아직 없다"며 "필요하다면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정 기자 roseha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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