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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조용헌 살롱] [1134] 神鳥 토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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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신령한 새를 숭배하는 관습’이 신조 토템이다.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했던 인면조(人面鳥) 모형도 신조 토템의 하나이다. 이게 매우 역사가 깊다. 중앙아시아에서 살았던 북방 유목 민족들은 공통적으로 새를 숭배하였다. 왜 새를 숭배하였는가? 인간의 영혼을 하늘나라로 배달하는 배달부로 생각하였다. 하늘은 하느님이 계시는 곳인데, 이 하늘나라로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 새이다. 유목민들은 장례를 치를 때 조장(鳥葬), 천장(天葬)을 많이 하였다. 새가 사람의 시체를 뜯어먹도록 하는 장례법이다. 건조한 고원지대에서는 사람의 시체가 잘 썩지 않는다. 잘 썩지 않으면 전염병이 쉽게 번질 수 있다. 땅을 파고 매장을 해도 건조하면 잘 썩지 않는다. 나무도 귀하다. 시체를 태우는 화장(火葬)을 하려면 목재가 많이 필요하다. 유목민들에게는 이 목재가 귀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가 중동 이란에서 시작된 배화교(拜火敎)인데, 배화교에서는 모두 조장(鳥葬)을 하였다. 이란의 산천을 돌아다녀 보니까 나무가 많지 않았다. 새가 뜯어먹는 것이 가장 깨끗하고 비용도 적게 드는 생태적 장례법이었다. 시체만 뜯어먹는 게 아니고 죽은 자의 혼령도 물고 하늘나라로 올라간다고 생각하였다. 육신을 물고 가는 조류인 까마귀와 독수리는 신조(神鳥)로 여겼다. 까마귀는 독수리보다 훨씬 지능이 높다. 그래서 까마귀는 삼족오(三足烏)로 승격되었다. 신화의 새가 된 것이다. 약간 지능이 낮은 독수리는 영취(靈鷲)가 되었다. 인도 불교의 영취산(靈鷲山)이 여기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사이먼 앤드 가펑클’이 부른 노래 ‘엘 콘도르 파사(철새는 날아가고)’의 콘도르도 장례식에서 육신을 물고 가는 독수리이다. 고구려의 ‘인면조’는 사람의 영혼이 새로 변해서 하늘로 올라가는 모티브이다. 최치원이 학(鶴)을 타고 다녔다는 전설이나, 신선이 되어 대낮에 하늘로 올라간다는 백일승천(白日昇天)의 상상력도 인면조가 진화된 것이다. 한민족은 새를 숭배하던 민족이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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