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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159] '걷기 편한' 런던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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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레저블 런던(Legible London) 안내 표지판, 디자인:2006년.


런던은 한때 '세상에서 가장 길을 잃기 쉬운 도시'로 불렸다. 역사적인 건축물들과 유서 깊은 장소들을 잇는 골목길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기 때문이다. 2001년 조사 결과에 의하면 런던 시민들조차 7명 중 1명이 길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2004년 런던 시장 켄 리빙스턴(2000 ~08년 재임)은 2015년까지 '걷기 좋은 런던'을 만들자고 선언했다. 도심 걷기의 활성화를 통해 골목 상권을 살리고, 길거리 치안과 안전성을 높이며, 지하철의 과도한 부담을 줄이는 등 해묵은 도시 문제를 해결하려는 포석이었다.'레저블 런던(Legible London)' 프로젝트 공모에 나선 런던교통공사는 'AIG 런던'과 '라콕 굴람'이란 두 디자인회사를 선정했다. 두 회사는 보행을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간주해 걷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즉시 제공해주는 '보행자 중심 안내시스템'의 디자인을 2006년 1월 마무리했다. 시범 설치를 거쳐 런던 전역에 세워진 1700여 개의 대·중·소형 안내 표지판은 종합적이고, 명확하며, 일관성 있는 정보를 제공해준다.

지도의 경우, 위쪽을 무조건 북(北)으로 지정하지 않고 보행자의 시선과 일치되게 일일이 새로 작성했다. 시속 4.5km로 걷는 것을 기준으로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작은 원(5분)과 큰 원(15분)으로 표시했다. 대화형으로 길을 일러주는 인터랙티브 기능을 갖춰 지하철 타기와 걷기 중 더 빠른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2014년 프로젝트 평가보고서를 보면 시민 중 94%가 길을 찾는 데 도움받았다고 응답했고, 10명 중 9명은 더 많은 표지판의 설치를 원했다. 이런 호응은 걷기 편한 런던을 만들려는 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이 거둔 성과이다.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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