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1 (금)

서초구 3개단지 재건축 `줄연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서울시가 7000가구에 가까운 서초구 재건축 추진 아파트 3개 단지의 이주 시기를 최장 6개월 늦추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말 송파구 재건축 단지 2곳에 대한 이주 시기를 최장 7개월 연기한 데 이어 나온 조치다. 국토교통부가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기습 시행 등 규제 칼날을 줄줄이 꺼내든 데 이어 서울시까지 재건축 과열 식히기에 본격 가세한 것이다. 과거 유사 상황에서 통상 3개월 정도 이주 시기를 연기했다. 서울시가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시기조정의 권한을 활용해 재건축 속도조절에 본격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6일 서울시는 올해 제3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2396가구)은 올해 7월 이후 △반포주공1단지1·2·4주구(2210가구)는 올해 12월 이후 △방배13구역(2307가구)은 올해 9월 이후 △한신4지구(2640가구)는 올해 12월 이후로 관리처분인가 시기를 각각 조정키로 결정했다. 이로써 각 단지의 이주가능 시점은 반포주공1단지의 경우 당초 희망했던 올 7월에서 내년 초로, 방배13구역은 3개월 늦춰진 올 10월 이후로 미뤄진다. 신반포3차·경남의 이주시기는 1개월 늦춰지며, 한신 4지구의 경우 관리처분인가는 9개월 늦춰졌으나, 이주시기는 당초 내년 상반기로 제시했기 때문에 희망대로 가능한 상황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26일 열린 제2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송파구 잠실 진주아파트(1507가구)는 올 10월 이후,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1350가구)는 올 7월 이후로 관리처분인가 시기를 연기했다. 이들 단지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부담금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말 긴급 관리처분 총회를 열어 구청에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했다.

당초 6일 열리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신반포3차·경남만 심의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같은 서초구 지역 단지들을 통합해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 심의위원들의 바쁜 스케줄 때문에 한자리에 모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이례적으로 2월에 심의를 신청한 나머지 3개 단지까지 한꺼번에 심의가 이뤄졌다.

서울시는 조례에 따라 재건축으로 사라질 기존 주택(멸실) 수가 단지별로 2000가구가 넘을 경우 관리처분인가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 관리처분인가가 나야 착공을 위한 첫 단계인 이주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가가 늦어질 경우 조합 운영비와 금융이자 비용이 증가하고 전반적인 사업 일정에 차질을 빚으면서 사업성 하락이 불가피하다.

과거에는 통상 3~5개월 정도의 연기 결정이 있었다. 2015년 9월 심의된 강남개포시영은 2016년 1월, 2016년 12월 심의된 강동둔촌주공은 2017년 5월로 관리처분인가 시점이 각각 4개월과 5개월 연기됐다. 지난 1월 초 심의된 개포주공1단지는 올해 4월 이후로 3개월 미뤄졌다. 서울시 심의결과를 접한 서초구청 관계자는 "법과 절차에 의해 도출된 결과인 만큼 일단 따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송파구에 이어 서초구 재건축 단지 관리처분인가 시기를 크게 늦추기로 한 것은 올해 초 공언한 대로 정부의 강남 집값 잡기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주택정책심의회는 총 15명의 심의위원 가운데 위원장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포함해 시에서 5명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석한다.

시장에서는 서초지역 3개 재건축 단지의 이주시기가 미뤄짐에 따라 강남 전셋값이 당분간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강남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쌓인 데다 서울 남부 경기도 입주물량이 많아 전세 수요가 분산되면서 현재 강남 전셋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송파구 등 강남 지역은 한 달 전부터 전세가격이 하락 중"이라며 "매매가격은 여전히 오름세로 나타나지만 이는 한 달 전 매매한 것이 뒤늦게 실거래된 자료를 토대로 한 것이라 실제로는 매매가격도 이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가 시작되고 이주비 대출이 이뤄지면서 인근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이 오르게 되는데 이주시기가 늦춰지면 이주비 대출에 따른 가격상승 효과가 그만큼 늦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도 "국토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로 새 기준을 적용받는 30년 전후 단지들의 가격 하락세가 나타나는 데 이어 서울시가 재건축 확정 단지의 이주시기까지 늦추면서 가격 조정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주시기 조정을 통한 집값 안정화는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언젠가는 이주가 진행되면서 전세가격이 요동칠 것이기 때문에 조삼모사 격의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최재원 기자 / 용환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