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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에서 주차대수, 소방차 진입 곤란 등 주거환경 평가 기준을 완화했지만 실제 재건축 가능여부는 정부의 의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5일 국토교통부는 안전진단 세부 평가항목 중 법정 주차대수 대비 실제 주차대수 비율이 0.6대 이하로 내려가면 '과락'을 의미하는 최하등급(E등급)을 받도록 기준을 바꿨다. 예전엔 이 비율이 0.4 아래로 내려가야 최하등급을 받았다.
현재 공동주택에 들어서는 주차장은 지역과 주택 규모에 따라 일정 비율 이상 주차대수를 확보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 지역 전용 60~85㎡ 주택단지는 주차대수를 전용면적의 합으로 나눈 값이 75분의 1, 85㎡를 초과하면 그 비율이 65분의 1을 넘어야 한다. 가구당 전용면적이 60㎡ 이하면 가구당 0.7대 이상 주차공간만 확보하면 된다.
매일경제신문사가 이 기준을 근거로 목동과 상계동 일부 단지를 대상으로 법정 주차대수 대비 실제 주차대수 비율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가 0.4~0.5에 가깝다는 결론이 나왔다. 예전 기준에는 불가능했지만 새 기준 아래에선 주차대수 최하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대형 평형 위주로 구성된 목동 A단지는 법적으로 필요한 최소 주차대수가 2697.6대였다. 하지만 이 단지의 실제 주차대수는 1444대로 비율은 0.54다. 소형 평형 위주인 목동 B단지 역시 법정 주차대수는 1273.6대 이상이었는데 실제 주차대수는 646대에 불과해 기준의 51%만 충족하고 있다.
소형 평형 위주인 상계동 C단지는 법정 최소 주차대수가 1852.2대인데 실제는 823대밖에 주차공간이 없었다. 안전진단 규제 발표 이후 목동 상계동 등에서 가열되는 반발을 완화하려는 국토부의 의도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보는 셈이다.
하지만 주차공간 기준에서 최하위가 나오더라도 안전진단 결과와 상관없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주거환경 E등급을 받기는 여전히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현재 주거환경 평가에서 최하등급을 받으려면 100점 만점에 20점 이하여야 한다.
우선 이번에 배점이 17.5점에서 25점으로 늘어난 소방 활동 용이성에서 '과락'을 받기부터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소방 활동 용이성이란 화재 시 소방차가 진입해 주차가 가능한 '도로 폭 6m'를 갖췄는지에 관한 항목이다. 그런데 도로 폭이 6m도 되지 않아 소방차가 진입조차 하지 못할 정도면 최하등급이고, 도로 폭이 6m는 안 되지만 소방차가 들어갈 수는 있는 정도면 그다음으로 낮은 등급을 받는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소방 활동에서 0점을 받으려면 이중·삼중 주차 문제가 심각해 비상시 소방차 진입이 어렵다는 '판단'을 받아야 한다"며 "이게 정성적인 기준이라 안전진단 평가기관의 잣대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평가기관이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소방기준에 대한 판단은 결국 정부가 재건축을 허용해줄지 의지에 따라 갈릴 공산이 높은 셈이다.
만일 주차공간과 소방 활동 용이성에서 모두 '0점'을 받아도 넘어야 할 산은 여전하다. 침수 피해 가능성(15점), 일조환경(10점), 사생활 침해(10점) 등 나머지 영역을 합해 20점만 넘으면 E등급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주차와 소방 기준을 완화시켜 목동 등에 숨통은 터줬지만 실제 효과를 보기엔 쉽지 않다"고 밝혔다.
따라서 정부가 재건축 단지들 반발에 못 이겨 보완책을 내놨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불만이 새어나오고 있다. 게다가 안전진단에서 주거환경 가중치를 낮춘 상황에서 주거환경에 포함된 주차대수 기준을 높여봤자 무슨 효과가 있냐는 얘기도 나온다. 예를 들어 주거환경이 40%를 차지하던 예전 기준에서 가구당 주차대수가 주거환경 배점의 20%를 가져가면 전체 안전진단 항목에서 8%의 영향력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현행 기준은 주거환경이 15%를 점유하기 때문에 주거환경 항목 중 주차대수 가중치가 25%로 늘어나더라도 전체 안전진단 항목에선 3.75%밖에 영향을 못 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양천구·마포구·노원구·강동구 일부 주민들은 절충안도 실효성이 없다며 헌법소원·감사청구·정권퇴진·낙선운동까지 불사하겠다고 반발 중이다.
[손동우 기자 /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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