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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금호타이어 지분 45% 매각 추진…`3년 고용보장` 노조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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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더블스타와 6400억 유상증자 협상

매일경제

2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금호타이어 향후 처리 방안에 대한 기자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이 발언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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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 더블스타 매각 추진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3월 한 달간 노조와의 협상이 다시 본격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노조 고위 관계자는 이날 산은 발표에 대해 "전면 투쟁밖에 답이 없어 보인다"며 "해외에 매각돼 3년간 시한부 인생을 살 바에는 차라리 법정관리로 가서 그동안 고질병이었던 채무 재조정에 나서는 게 낫다는 판단"이라며 격앙된 분위기를 전했다. 노조는 이날 채권단 방침에 3~4일 2시간씩 부분 파업을 하기로 했다. 노조 관계자는 "총 파업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이달 말까지 시한이 남겨진 노조와의 협상이다. 산은은 현재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대안은 더블스타로의 매각이고 이를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 노사 자구안 합의라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2일 브리핑을 통해 "중국 더블스타로부터 6463억원의 투자를 받고 지분의 50%를 넘기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근무 중인 직원들의 고용은 3년간 보장하는 조건이다. 산은은 "금호타이어를 실사한 결과 계속기업가치가 4600억원에 불과해 1조원이라는 청산가치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며 "금호타이어 중국 사업장이 정상화되지 않는 한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이나 P플랜(초단기 법정관리)으로는 이 같은 상황을 바꾸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와 중국법인 정상화, 채권단 손실 최소화 관점에서 더블스타와의 협상을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봤다"며 "더블스타가 제시한 비전과 운영 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여 투자협상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계약금은 총투자액의 5%인 323억원으로 정했으며 채권단과 더블스타는 올해 상반기 중 협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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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에 성공하면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지분 4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되며, 채권단의 지분은 42%에서 23.1%로 줄어들게 된다. 채권단은 2016년부터 더블스타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노조 반발과 중국 기업에 국내 방산기업을 넘긴다는 여론 악화, 금호그룹과의 상표권 사용 문제 등이 겹치면서 결론이 나지 않은 채 시간이 흘렀고 결국 더블스타 측이 당초 제시했던 매각가(9550억원)보다 16% 인하된 가격을 요구하면서 지난해 말 협상이 결렬됐다.

더블스타 측은 연초 곧바로 한국 재진입 포석을 준비했다. 2일 타이어 업계에 따르면 더블스타는 지난달부터 한국 언론과 채권단 움직임을 모니터링할 현지 에이전시 섭외 작업에 들어갔다. 연초에는 더블스타 최고위 경영진이 방한해 금융기관 등과 회동하며 한국 동향을 점검하고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더블스타는 중국 칭다오와 시안 등에 타이어 공장을 갖고 있는 글로벌 업계 30위권 회사다. 글로벌 10위권 중반인 금호타이어를 인수해 단숨에 업계 '톱10'으로 뛰어오르려고 공격적인 지분 인수 작업에 착수했다. 금호타이어가 중국 난징, 톈진 등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역내 생산 시너지 효과도 노릴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매각이 성사되려면 방산기업인 금호타이어 특성상 정부 승인 등의 사전 절차가 필요하지만 산은 등 채권단 매각 의지가 강한 만큼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타이어의 경우 강성노조 문제에 중국 사업장 판매가 극히 부진하다는 문제가 있다"며 "중국 트럭 타이어 시장 3위인 더블스타의 중국 위상을 감안하면 중국 업체에 지분을 매각하는 게 금호타이어를 위해 가장 좋은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채권단의 결정에 대해 금호타이어 노조는 전면 투쟁을 불사하겠다며 반발했다.

이대현 산은 수석부행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금호타이어는 여러 요건을 모두 따져봤을 때 이미 유동성만을 공급해 해결될 수 있는 회사가 아니다"며 "더블스타 외에는 유의미한 매수 의사를 보이는 곳이 없었고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중국 공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사 자구안을 요구한 건 인건비와 복리후생비 등 비용을 많이 깎자는 게 아니고 경쟁사인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 수준으로 낮추자는 것"이라며 "자구안은 회사 회생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고 말했다.

더블스타와의 협상이 완료되면 6500억원가량이 유상증자로 들어오고 채권단이 2000억원가량의 신규 대출을 일으켜 약 8500억원의 신규 자금이 들어오게 된다. 산은은 5년간 국내에 지속적인 시설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산은은 1개월의 기한은 유동성 상황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해외 채권이나 상거래채권 상황에 따라 유동성 위기가 더 빨리 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산은은 시한이 다 되도록 노사 합의가 되지 않으면 '다른 대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 수석부행장은 '차라리 법정관리를 택한다는 얘기가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지만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해외 공장을 매각하고 내수 위주 타이어 회사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지만 그마저 거기 필요한 신규 유동성을 누가 대느냐의 문제로 가면 상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 김정환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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