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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만기 유예, 유예, 또 유예"…힘빠진 금호타이어 채권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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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결국 노조의 결단만 바라보는 모양새가 됐다.

'28일 실행가능한 처리방안을 수립하겠다'던 채권단의 최후통첩이 무색하게 채권만기는 또 다시 3월 말로 한달이 연장됐다. 사실상 채권행사 유예를 세번이나 거듭한 셈이다. 그러는 사이 회생절차 개시 등 예고했던 '파국'은 앞으로도 오지 않을 일로 여겨지면서 채권단이 노조를 압박할 수 있는 수단도 사라졌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2월 28일 오후 실무자 회의를 열고 채무 상환 유예에 대한 결정을 3월 말로 미루기로 했다.

◆ 입지 좁아진 채권단

채권단은 자율협약 체제에 들어간 금호타이어의 채권만기를 1년 연장해 주는 대신 노사의 자구안 합의를 조건으로 달았다. 합의가 불발됐으니 지난달 28일 돌아온 1조3000억원 규모의 차입금 만기도 연장되지 않아야 했다. 당초 제시했던 기한인 26일까지 노사합의가 안 되면 만기를 연장하지 않고 후속 절차를 시작하겠다는 공문을 금호타이어에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만기가 연장됐고, 후속절차도 시작되지 않았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난 2월 28일 실무자 회의 직전까지도 회생절차에 대한 준비보다는 노사가 합의안을 들고 오기를 기다렸다"고 전했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 단기 법정관리의 일종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을 검토하다가 무산됐을 때부터 채권단의 입지가 현저히 좁아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시 채권단의 손실 우려보다는 지역 경제와 고용에 미칠 영향을 이유로 P-플랜이 아닌 자구안 합의와 자본유치로 방향을 돌린 만큼 앞으로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해외매각, '협의' vs '합의'

여전히 금호타이어 문제를 둘러싼 최대 관건은 해외매각이다. 노조가 자구안 제출거부에 나선 것은 중국 더블스타로의 매각소식이 전해지면서였다.

채권단은 협상 시한이었던 지난달 26일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채권단 측은 "금호타이어 노사가 자구계획안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회생절차 개시 등 파국으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자구계획에 대한 노조동의서를 우선 제출받고, 향후 해외투자 유치가 불가피한 경우에는 별도 협의를 거쳐 진행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전까지 노조의 자구계획 합의는 외부자본 유치와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했던 것에서는 큰 진전이다.

그러나 노조는 '협의'가 아닌 '합의'를 고집했다. '합의'는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해외 매각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그간 노조가 주장했던 해외매각 철회 주장과 사실상 같은 맥락이다.

채권단은 '합의'를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 방침이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앞서 '협의' 제안과 함께 "계속되는 고통분담과 양해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한까지 노사합의서를 제출받지 못하는 등의 사유로 발생하는 파국 상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노조에게 있다"고 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산업은행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금호타이어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이대현 수석부행장 등이 참석해 향후 금호타이어의 구조조정 계획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 은행 충당금 부담 크지 않을 듯

경영정상화가 불투명한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 등으로 가더라도 시중은행들의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금호타이어(해외법인 포함)에 대한 작년 4분기 기준 상장은행 익스포저(위험노출)는 우리은행 3600억원, 하나금융 1490억원, KB금융 760억원, 신한지주 480억원, 광주은행 220억원 등이다. 이밖에 산업은행 등 특수은행이 8440억원(국내법인 기준) 수준이다.

시중 은행들은 이미 금호타이어에 대해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해 놓은 상황이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들 대부분 금호타이어 대출채권을 회수의문으로 분류해 이미 48~90%의 충당금을 적립했다"며 "은행별 충당금 적립비율의 차이는 담보유무나 담보금액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만일 금호타이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는다고 해도 은행의 추가 충당금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향후 금호타이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경우에는 대규모 대손충당금 환입이 발생한다. 노사 합의로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서(MOU)가 체결되면 대출채권이 기존 회수의문에서 요주의(충당금 10% 내외) 및 정상으로 분류될 수 있다.

안상미 기자 smahn1@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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