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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금호타이어, 10년 파업손실 45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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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958억원.'

설립 58년 역사를 자랑하는 타이어 '빅3' 금호타이어가 끝내 짜내지 못해 무너진 액수다. 경영난에 빠진 금호타이어가 27일 경영 정상화 계획(자구안) 노사 합의에 실패하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눈앞에 뒀다. 당초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의 채권 만기를 내년까지 1년 연장해주기로 하면서 전제조건으로 자구안에 대한 노사 합의를 요구했다.

자구안은 임금성 비용을 30% 깎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958억원이다. 금호타이어는 영업이익률 5.5%를 기반으로 자구안을 짜냈다. 당초 사측은 회사가 살아나려면 업계 평균인 영업이익률(12.2%)을 기반으로 2922억원이 필요하다고 산정했다. 하지만 노조 측 분위기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스스로 목표 금액을 1483억원으로 낮췄다. 이 중 노조가 희생해야 하는 임금성 비용만 발라내면 958억원이 된다.

노조가 이 정도 고통 분담을 받아들였으면 파국을 막을 수도 있었지만 끝내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27일 타이어업계 고위 관계자는 "배가 가라앉아 모두 익사할 위기에 처했는데 금호타이어 노조가 주위는 돌아보지 못하고 당장 눈앞의 상대가 밉다고 멱살잡이하고 있는 꼴"이라며 "성장 회복 잠재력이 충분한 기업이 노조 이기주의가 극에 달하면서 끝내 망가지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노조는 거꾸로 해외 매각 반대를 합의의 '선행 조건'으로 내걸었다. 노조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중국 더블스타 해외 매각 추진을 공식적으로 철회해야 한다"며 "만약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을 경우 노사 간 경영 정상화 자구계획안 논의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노조 고위 관계자는 "해외에 매각되면 결국 인력 감축이 이뤄질 텐데 그런 시한부 인생을 왜 사나"라며 "차라리 법정관리로 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제3자 매각은 금호타이어가 회생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카드로 평가된다.

금호타이어가 위기를 겪은 직접적인 원인은 업황 부진, 중국 시장 타격, 무리한 설비 투자 등 경영 실패가 직접적이다. 하지만 극심한 노조 이기주의와 이로 인한 고비용 구조도 파국을 키웠다. 금호타이어 노조의 '파업 관행'은 악명 높기로 유명하다. 2003년부터 올해까지 파업을 하지 않은 해는 딱 3년뿐이다. 2009년 이후 지금까지 누적된 파업으로 인한 매출 손실만 4493억원에 달한다. 사측도 이에 맞서 직장폐쇄를 수차례 단행했다.

'철밥통' 노조 문화는 경쟁력 격차로 이어졌다. 연봉은 경쟁업체보다 평균 7% 많은 6900만원으로 업계 최고지만 이익률은 최저 수준인 4.1%(2016년 기준)에 그친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노조는 파업을 통해 높은 임금을 챙겨왔다"며 "파업 막기에 급급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지 못한 게 아쉽다"고 전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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