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노사, 경영정상화 합의 불발…채권단 "이사회 결과 등 상황 지켜볼 것"

금호타이어 노사가 무분규, 임금삭감 등 채권단이 요구한 경영정상화 계획(자구안) 이행 약정서(MOU)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금호타이어가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하 산은)은 26일 오후에 열리는 금호타이어 이사회 결과 등을 보고 금호타이어 법정관리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금호타이어 노사가 산은에 약속한 MOU 체결 시한은 이날이다. 산은은 금호타이어의 채권 만기를 1년 연장하는 전제 조건으로 노사 합의를 기반으로 한 자구안 이행 MOU 체결을 요구했다. 그동안 산은은 이날까지 금호타이어 노사가 MOU에 합의하지 않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고 밝혀왔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이날 협상에서도 자구안 이행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 노조는 산은이 중국 타이어업체인 더블스타와의 협상을 철회할 때까지 자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노조 전체가 MOU 체결에 반대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산은이나 금호타이어는 일단 회사를 살리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산은이 그동안 밝혀왔던 대로 이날까지 금호타이어 노사의 MOU 체결이 불발되면 법정관리를 선택할지, 아니면 노사간 합의를 이끌기 위해 추가적인 시간을 더 줄지 주목되고 있다.

다만 현재 산은의 분위기로 보면 노조가 이날까지 MOU 체결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금호타이어를 곧바로 법정관리에 보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이 한국GM 문제로 골치아픈 상황이라는 점도 변수로 거론된다. 산은과 금호타이어 사측은 더블스타 등 인수 후보자와 합의한 고용보장 등의 약속을 기반으로 노조를 최대한 설득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DB

◇ 금호타이어 노조 “더블스타 인수 반대”...MOU 체결 거부

산은은 금호타이어 정상화의 핵심 조건으로 ▲외부자본유치 ▲중국시장 정상화 ▲노조의 자구안 이행 MOU 체결 동의 등을 꼽고 있다.

산은은 노조가 임금삭감, 무분규 등을 약속하지 않으면 금호타이어 정상화 및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타이어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한국타이어나 넥센타이어보다 20%~30% 이상 높은 고비용 구조다. 금호타이어 노조의 잦은 파업 및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그러나 노조는 산은과 더블스타의 협상을 철회하라며 자구안 이행 MOU 체결에 반대하고 있다. 외국자본, 특히 중국자본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게 될 경우 과거 쌍용차 사태처럼 기술유출과 대량 해고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계 자동차기업 상하이차는 지난 2004년 쌍용차를 인수했다. 하지만 상하이차는 2008년 쌍용차의 자금난이 심화되자 약속했던 투자를 집행하지 않고 회사를 법정관리에 보냈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 165명이 정리해고됐다.

노조는 지난 23일 성명서를 통해 "채권단이 금호타이어를 중국 더블스타에 넘기려고 한다"며 "해외 매각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경영정상화 자구계획안 제출을 결연히 거부하고 총파업을 벌일 것"이고 밝혔다.

◇ 노조 합의하면 더블스타 금호타이어 인수 유력

금호타이어(073240)노조가 자구안 이행 MOU에 동의한다면 정상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외부자본유치와 중국시장 입지 회복 등이다.

외부자본유치는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산은은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기존 금호타이어의 채권단 지분을 희석해 새로운 대주주가 금호타이어의 경영을 이끌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유력한 인수 후보자는 중국 타이어업체인 더블스타다. 더블스타는 지난해 금호타이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지만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상표권 사용가격 등을 합의하지 못해 결국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금호타이어의 중국시장 입지 회복도 넘어야할 산이다. 금호타이어는 중국시장에서 해외 매출의 60%를 거둬들인다. 중국법인이 현지 금융기관에 빌린 차입금 규모만 6200억원에 이른다. 중국 금융기관이 중국법인 경영악화를 이유로 차입금 만기를 연장하지 않고 상환에 들어가면 본사가 이를 대신 갚아줘야 해 금호타이어는 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



김형민 기자(kal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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