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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백두산 보다 더 북쪽에서 어떻게 포도가 자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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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콜롬비아 밸리 자연이 빚는 샤토 생 미셸

캐스캐이드산 비구름 막아 건조하고 일조량 풍부


세계일보

콜롬비아 밸리에서 빚는 샤토 생 미셸 샤도네이


보르도, 북부 론과 피에몬테. 이 지역의 공통점은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고급 와인산지입니다. 또 하나가 있습니다. 거의 비슷한 위도로 북위 45도 주변에 대부분 걸쳐있답니다. 백두산이 북위 41도이니 이 산지들은 더 북쪽이죠. 그렇다면 아주 추운 지역일 것같은데 어떻게 포도가 무럭무럭 잘 자랄까요. 바로 바다를 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서양과 가까운 보르도는 해양성 기후로 온난 다습하고 지중해성 기후인 북부 론은 덥고 건조한 여름 덕분에 포도가 잘 자랍니다. 이탈리아 북서쪽 끝에 있는 피에몬테도 지중해성 기후를 띱니다.

신대륙 와인을 대표하는 미국도 와인산지 중 프리미엄 와인들이 많이 생산되는 오리건주가 북위 42∼46도, 워싱턴주가 북위 45∼49도에 있습니다. 포도 재배의 한계는 보통 북위 50도라 워싱턴주는 포도 재배지로는 전세계에서 가장 북쪽이라 할수 있답니다. 워싱턴주는 비교적 서늘해 화이트 품종인 리슬링(5만500t), 샤도네이(4만3800t)가 많이 재배됩니다. 하지만 보르도 주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4만2200t), 메를로(3만6900t)와 론의 주품종인 시라(1만5400t)도 많이 생산되죠. 어떻게 이런일이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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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생 미셸 와이너리 전경


서쪽의 굉장히 높은 캐스캐이드(cascade) 산맥 덕분이에요. ‘비 그늘 효과’라고 하는데 산맥의 서쪽은 비가 많이 오지만 포도밭이 몰려 있는 동쪽은 산맥이 태평양에서 오는 축축하고 서늘한 기운과 비구름을 완벽하게 막아줍니다. 건조하면서 일조량이 매우 풍부한 기후 덕분에 카베르네 소비뇽 등 포도가 잘익어 숙성된 아로마와 풍미를 지니게 됩니다. 일교차가 매우 커 산도 역시 아주 뛰어납니다. 또 10년에 한차례는 혹한기가 올 정도로 서늘하고 건조해 필록세라 등 병충해에서도 자유롭답니다. 이런 천혜의 조건때문에 워싱턴 와인들은 과실맛이 좋고 산도와 당도가 잘 균형을 이뤄 한국 음식과도 매칭이 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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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생 미셸 콜롬비아 밸리 카누리지 포도밭 전경


워싱턴주에서 최대 면적을 자랑하는 생산지는 콜롬비아 밸리(Colombia Valley)로 보르도와 같은 위도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의 보르도’로 불리죠. 워싱턴주에서 가장 오래된 생산지인데 사막과 같은 건조한 기후와 낮은 강수량, 하루 17간의 풍부한 일조량 덕분에 집중도가 잘 느껴지는 진한 풍미의 포도가 만들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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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생 미셸 카누 리지 메를로


이곳의 터줏대감이 샤토 생 미셸(Chateau Ste. Michelle)입니다. 저명한 와인 매체 와인 스펙테이터 100대 와인에 무려 18차례, 와인 앤 스피릿 올해의 와이너리에 22차례나 선정돼 명실상부 미국을 대표하는 와이너리라 할 수 있습니다. 샤토 생 미셸을 대표하는 싱글빈야드 와인이 워싱턴에서 가장 오래된 45년 수령의 올드바인으로 빚는 콜드 크릭 까베르네 소비뇽(Cold Creek Cabernet Sauvignon)과 카누 리지 메를로(Canoe Ridge Merlot)입니다. 콜드 크릭은 풍부한 검은 과일향과 초콜릿향이 입안을 가득 채우고 카누 리지는 진한 체리향과 투박한 듯 하면서 부드러운 탄닌이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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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생 미셰리이 안티노리와 합작한 콜 솔라레


샤토 생미셸은 수퍼투스칸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와인 명가 안티노리와 함께 콜 솔라레(Col Solare)를 선보였고 독일 리슬링 대표 와이너리 닥터 루젠(Dr. Loosen)과 에로이카(Eroica), 샤또 생 미셸의 대표 와인메이커 밥 베르듀와 론 전문 와인메이커 마이클 가시에르 합작으로 만든 테네트(Tenet) GSM를 탄생시켜 미국 와인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샤토 생 미셸 와인들은 금양인터내셔날에서 수입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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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생 미셸 50주년 기념 콜롬비아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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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생 미셸 인디언스 웰스 카베르네 소비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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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생 미셸 아티스트 시리즈


샤토 생 미셸와인은 기본급인 콜럼비아 밸리부터 인디언스 웰스(Indian Wells), 싱글빈야드, 에토스(Ethos), 그리고 최고급 아티스트 시리즈(Artist Series)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콜롬비아는 구대륙의 탄탄한 구조감을 잘 유지하면서 풍부한 과일향을 잘 얹은 느낌입니다. 인디언스 웰스는 콜럼비아 밸리 중심에 있는 왈루케 슬로프 (Wahluke Slope AVA)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샤또 생 미셸의 중심 레인지입니다. 샤또 생 미셸 와인중 신대륙의 풍부한 과실미가 가장 잘 드러납니다. 워싱턴주 지역에서 가장 신대륙스런 와인이라 할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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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멘 생 미셸 스파클링


샤토 생미셸을 돋보이게 하는 게 또 하나 있습니다. 샴페인과 같은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스파클링 입니다. 도멘 생 미셸 브뤼 NV(Domaine Ste. Michelle Brut NV)는 품종도 샴페인 같은 샤르도네 피노 누아 피노 뮈니에로 만들어요. 상큼하고 발랄한 산도가 혀를 부드럽게 감싸주고 살짝 침샘을 자극합니다. 잘 익은 사과와 감귤의 아로마가 입안을 꽉 채웁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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