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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주말 극장가] 괴물과의 사랑도 아름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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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이 영화 -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빠질 때 '사랑이 왔다'고 한다. 비도, 눈도, 사랑도 온다.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다. 사랑은 파도처럼 덮쳐 오고 만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22일 개봉)'은 거짓말처럼 다가온 사랑 얘기다. 인간은 때론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자기의 세상 껍질을 부수고 나갈 수 있는 존재라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속삭인다. 오는 3월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감독상·작품상 등 1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조선일보

일라이자는 실험실 기이한 생명체에 끌린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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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청소부 일라이자(샐리 호킨스)는 어느 날 실험실에 들어온 괴생명체에 이끌린다. 동화 같은 설정 속엔 갖가지 뜨겁고 날카로운 주제가 숨어 있다. 일라이자는 농아(聾啞)고, 옆집 화가 친구 자일스(리처드 젱킨스)는 동성애자다. 1960년대 편견과 치열하게 싸웠던 여성·흑인·장애인·동성애자가 한데 나온다. 냉전이란 비극 속에서 괴물이 돼버린 인간 군상도 보인다. 메시지가 그럼에도 울퉁불퉁하지 않은 건 모든 소재가 찻물에 떨어진 각설탕처럼 사랑이란 결말에 녹아들기 때문이다. 다른 두 생명체가 아프도록 서로를 부둥켜안을 때 화면은 깊고 푸른 강물에 풍덩 잠긴다. 보는 사람에게도 그 순간 와락 밀물이 들이닥친다.

샐리 호킨스는 예쁘지 않은데도 지독하게 아름답다. 괴생명체에 가만히 손가락을 갖다 댈 때 관객 가슴엔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진다. 우리는 속절 없이 젖어 들 뿐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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